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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서, 마카롱을 배웁니다

by 최다을

<오빠라서, 마카롱을 배웁니다>


마카롱은 위대하다. 마카롱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감탄이 터진다. 블루베리. 흑임자. 오렌지. 요거트. 말차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마카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 달콤함에 빠져버린 근심이여. 이제 영영 일어나지 말기를. 근심이 잦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춤을 추고 싶다. 당장 이 도시를 벗어나 에헤라디야 봉산탈춤을 추고 싶다. 달달함이 체내에 온기를 만들어 아드레날린을 활성화시킨다. 마카롱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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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저는 이 마카롱의 위대함을 깨닫고 이따금 마카롱을 찾습니다. 디저트의 최고봉. 물론,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겠지만,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여기서는 마카롱이 디저트의 최고봉이라, 추앙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공덕역에 마카롱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곧장 어디에 있는지 찾아봤고, 마침 그 앞에서 약속이 있어 그곳을 들렀습니다. 때는 여름. 그것도 무진장 뜨거운 태양이 하늘에서 본래의 위용을 짱짱이 자랑하고 있을 때. 저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한 가게에 들어갔죠.


이것저것 고르니, 15000원입니다. 5개 골랐는데요.


잠깐. 여기에다 북마크를 다시고 이따가 윗 문장을 다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해야 할 얘기가 있네요. 마카롱. 이것의 가치를 알려준 건 동생입니다. 제게 마카롱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었죠. 마카롱을 먹고 나면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카롱은 환호성을 지르며 먹는 것이라는 사실도요. 마카롱은 귀족의 디저트였는데 오늘날에는 우리들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요. 마카롱 잘 만드는 사람은 그렇게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도요. 마카롱은 ‘외투?’, 그 겉에 바삭바삭하고 쫄깃쫄깃한 부분이 좋아야 맛이 있다는 사실도요.

중에 뚱카롱이 가장 맛있다고 했습니다. 뚱카롱은 본래 비싸다고 했어요. 그만큼 만들기가 힘들다고요. 그러나 마카롱 하면 뚱카롱이라고 했어요. 무조건 뚱카롱을 찾으라고 했어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아마도 뚱카롱에 대한 저의 애정에 기억이 변질됐는지도 모르지만- 이 안에 있는 앙금이 얼마나 맛있는지, 번거로울 법도 한데 찬찬히 설명해주었죠. 이후로 저는 동생을 따라 이런저런 마카롱 집에 많이 가볼 수 있었어요. 동네에 있는 마카롱 집은 분명 다 가봤을 거예요.


이제, 앞에서 북 마크를 단 문장을 다시 읽어주세요. 네. 5개에 15000원인 건. 뚱카롱을 샀기 때문이에요. 비싸다는 마카롱만 잔뜩 사서 아이스 보온 백까지 씌어서 집으로 가져갔죠.


동생이 그때 즈음 고1 1학기 중간평가로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고 기분도 많이 울적해 보이고. 밥도 잘 못 먹고 그래서, 저는 얼마나 근심이 났는지 몰라요. 저는 이런 일상에 어떤 선물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뭔가 달달한 게 있어야 고리타분한 오늘이 행복해질 거라고요.


15000원을 아무나 쓰냐고요? 네. 이것도 어찌 보면 큰돈이긴 합니다. 그런데요. 돈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아끼는 사람이 행복한 게 중요한가요. 15000원. 밥 몇 번 안 사 먹고, 치킨 한 번 안 사 먹고, 읽지 않을 책 한 권 안 사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잖아요. 제가 쓸 돈 제가 아끼는 이에게 쓰면 좋죠. 저의 이 투자가 누군가의 입가에 미소를 주고, 중간평가 준비에 힘을 주고, “오빠! 이 마카롱 짱 맛있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게 바로 기쁨이고 행복이고 축복 아닐까요. 얼마나 뿌듯한데요.


독자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괜찮겠죠? 지금 생각나는 사람 아무나 떠올려 보아요. 그 사람, 마음에 들어가지 말고요. 잠깐이면 되니 그 사람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아요. 그 사람이 지금 힘든가요? 아니면 미소가 만연한가요. 힘들어한다면 그 사람에게 줄 선물 하나 준비하는 게 어떨까요. 큰돈이 들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선물 한 접시, 준비하는 게 어떨까요. 그 사람이 지금 행복해하고 있으니 괜찮다니요. 지금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행복에 곱하기 2를 해줘야죠.


선물은 행복입니다. 비루한 일상에 따듯함을 전해주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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