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어린이 센터에 ‘제이든’이라는 남자아이가 있다.
어느 날 센터장이 아기들 방으로 찾아왔다. 다소 기뻐 들떠서 발까지 동동 구르며 입을 연다.
“제이든 엄마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세요? 동물원에서 일한대요. 타롱가 동물원! “
타롱가 동물원이라면 시드니 최고의 동물원이다. 그리고 센터장의 말이 이어진다.
“조만간 우리 동물을 테마로 뭔가 꾸며보는 거 어때요? 제이든 엄마를 한 번 모셔가지고 동물 얘기도 듣고, 어때요? 제이든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
‘제이든 엄마=동물원’이 된 모양새로 대화가 이어진다.
문득,
어딜 가든 사람들이 제이든의 엄마를 놓고 동물원 얘기만 떠들어 대는 것을 그려본다. 그리고 궁금하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력적인 미지의 곳 같은 동물원에 우리는 그녀를 한계 짓고 있는가?
그녀가 동물원에 사표라도 내는 날에는, 예전에 동물원에서 일했던 여자가 되려나?
‘사실 난 동물원을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한마디 한다면 어떻게 되려나?
동물원에서 일해야만 매력적이 되려나?
제이든은 어린이 센터에 주 5일을 와있다. 아직 1살이 채 되지 않았다. 센터가 문을 여는 아침 7시 반이면 째깍 와서 센터 문 닫을 때 집으로 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 이틀정도 오는데 3-4일 오는 것만도 오는 날이 꽤 많은 것이라고 한다.
제이든은 아빠는 있으나 엄마는 남편이 없단다. 엄마의 다른 꼬리표는 ‘이혼녀’.
아, 그렇지. 또 다른 꼬리표는 ‘제이든의 엄마’ 구나.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그린다.
각종 꼬리표를 길게 늘어뜨리고 동물원이라는 철창에 갇힌 이름 없는 사람 한 마리.
우리는 다른가?
우리는 타인의 입에 오르내릴 때,
사람일까 동물일까.
내 입에 오르내리는 누군가는
사람일까 동물일까.
제이든은 자신의 엄마에게 주 5일, 7시 반부터 늦은 오후까지는 동물보다 못한 걸까…
왜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고 우길까?
때로는 짐승만도 못하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