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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Aug 27. 2020

1학년 2학기에 시작하는 받아쓰기는 이렇게

미안해, 엄마가 학부모도 처음이라 그래.

첫째는 많은 사랑과 손해를 동시에 받는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라 첫째는 책도 (셋 중에) 제일 많이 읽어줬고, 둘이서만 하는 데이트도 (셋 중에) 가장 많이 했다. 그만큼 손해도 많이 봤는데, 그중 하나가 무엇이든 엄마도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마음만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 엄마들이 "다 알아서 하게 돼있어. 먼저 준비한다고 더 나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 닥치면 다 하게 되니 걱정 마."라고 해주는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팔랑귀인 나는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입학을 맞이했다. 뭐, 그것도 바이러스란 놈 덕에 이상하게 꼬여 어영부영 학교를 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아이는 짧은 여름 방학을 끝내고 한 번의 등교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분간 등교는 없을 거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2학기 교과서와 함께 받아온 알림장을 건네며 신이 나서 종알거렸다. "엄마, 나 이제 받아쓰기 해!!"


시험이라는 것을 한 번도 치러본 적 없는 아이는 그저 100점이 정해진 듯 들떠 있었다. 부디 저 마음이 실망으로 물들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을 하며 알림장을 열었다. 받아쓰기라 하면 엄마, 아빠, 선생님, 아기 이런 단어를 쓰는 거겠거니 하며 알림장을 폈다. 어랏! 이게 뭐지? 받아쓰기 문제가 이미 적혀있는, 종이들이 보인다. 모두 10문제. 1급부터 10급으로 나누어 총 10장이 왔다. 마지막 장은 얼핏 봐서는 무슨 시의 한 구절인가 싶은 것도 있다. 요즘은 받아쓰기를 이렇게 하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입학 후 가장 먼저 나오는 과제가 선긋기인 이유는 글자를 쓰는 가장 기본이 선긋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연필을 바르게 잡고 바른 자세로 선을 그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면 좋다. 자음과 모음 쓰기를 할 때에는 획 순서를 지켜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어야 한다. 저자는 이때 순서를 익히기 좋게 색연필로 획순에 따라 다른 색을 칠해 아이가 따라 쓰기 쉽게 해 주면 좋다고 한다.(참고로 첫째의 과제물에 자음 모음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왔기에 이유도 모른 채 색도 맞춰서 써야 하는 건가? 이건 색 놀이를 겸하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과제만 덩그러니 온 학교 알림장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중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마음을 토로했다. 학교에서 나오는 과제가 무슨 의미인지, 혹은 무엇을 위한 과제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고. 선을 긋고 자음과 모음을 순서에 맞게 쓰도록 연습하기 위한 것이니 집에서도 그렇게 포커스를 맞춰서 지도해 달라는 설명 정도만 붙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에 대한 남편의 대답은 "선생님인들 정신이 있었겠냐. 이해해야지."였다. 


맞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2학기는 주 4일 등교를 예상하며 학교도 엄마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는 급작스럽게 주 1회 등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모든 교과 과정의 준비를 다시 바꿔야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학부모가 알고 있는 것의 차이를 이해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갑자기 아이의 학습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1학년 엄마들이 읽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읽고 쓰는 과정이 어떻게 이어지는 자세히 설명되어있어, 초등 교과과정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책을 읽기 전에 아이가 설명한 받아쓰기를 준비하는 방법을 들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다. '문제를 주고 한 번 따라 쓰고, 다음에 보고 쓰고, 그다음엔 안 보고 쓰고, 틀린 것만 다시 쓰는 거라고? 그게 무슨 효과가 있지?' 올챙이 적을 기억 못 하는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다. 돌아보면 나도 주어진 단어를 달달 외워서 받아쓰기 시험을 봤는데 말이다.


받아쓰기는 소리를 문자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소리를 듣고 문자를 조합해서 출력할 때 학습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적 지식을 총동원합니다. 그러므로 받아쓰기는 "사고 과정과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한 언어 사용 기능의 훈련"이며, "분석, 종합, 추리, 판단력 등과 같은 고등 수준의 사고력이 필요하므로 고등 수준의 정신 행위"입니다. 받아쓰기는 무조건 외워서 쓰는, 머리는 안 쓰고 손만 고통스러운 행위가 아닙니다. p.113


책에는 받아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어떻게 하면 단순히 외워서 쓰는 손만 고통스러운 행위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나온다.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아이가 가져온 2학기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무엇이 어떻게 적혀있고, 어떤 목적을 향해 구성되어 있는지 찬찬히 살폈다.(내가 공부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게 이해가 되니 좋았다.) 그리고 아이가 가져온 받아쓰기 문제가 교과서 어디에 어떻게 발췌된 문장인지 확인했다. 


받아쓰기를 할 때에는 무조건 주어진 문제를 외우는 것보다 책을 읽으며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를 찾아본다던지, 발음과 쓰임이 다르게 되어있어 헷갈리기 쉬운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문장이나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문장 등을 포함하여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책을 읽은 덕분에 선생님이 출제한 받아쓰기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신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 이런 원리구나!' 교과서로 연습해보고 재미가 있어하면 읽고 있는 책으로 응용해도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아이는 놀이로 느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듯하다. 아이는 오늘도 집에서 동생들과 놀 고 있고, 앞으로도 긴 시간을 그렇게 보낼 것 같다. 갑자기 바뀐 학습 방법으로 인해 학교는 정신이 없는지 예정되어 있던 이번 주 온라인 수업도 취소되었다. 아마 환경에 맞추어 모든 것을 바꿔야 하니 분주한 듯하다. 학습 공백인지 학습 방치인지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지만 아이들이 평소와 다른 곳에 놓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엄마가 선생님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학습을 모두 다 시켜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엄마도 공부를 하며 대비를 한다면,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적절한 도움을 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겹게 만들지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부디 나의 욕심과 과도한 열정이 아이를 힘들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될 수 있길. 그러기 위해서 남은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










고백하자면(요즘 고백할게 참 많다) 아이의 교과서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았다. 대충 뒤적이며 온라인 수업하는 과정과 비교해보고 '자음을 배우고 있네, 모음으로 넘어갔군.' 그랬다. 그러다 놓친 어느 날이 되니 쌍자음과 문장 읽기를 이미 하고 있었다.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약간의 위기감이 느껴져서 아이에게 교과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방학 때 함께 공부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결과적으로 나와 아이 모두 교과서를 무겁게 들고만 왔을 뿐, 단 한 번도 넘겨보지 않고 다시 학교로 가져갔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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