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의

by 최다함

"선생님, 주의하실 게 있어요."


점심식사 직원식당에 올라갔을 때 대표님께서 부르셨다. 이사님이라고도 부르는 센터장님은 남자분이시고, 아내분이 대표님이시고, 이십 대 아들이 행정실장님이다. 남편이 회장님, 아내가 사장님, 아들이 실장님이다. 세 분 다 좋으신 분이다. 센터장님도 일 안 하는 이사님은 아니시고, 풀타임으로 일하시는 이사님이시다. 세 분 다 다른 일반 직원들보다 근무시간이 길다. 원래 직원은 정해진 시간만 일하지만, 소기업의 오너 경영진은 영업시간 내내 사업장을 지킨다.


센터장님 대표님 다 좋으신 분들이지만, 그분들을 독대하는 일이 생긴다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다. 더군다나 '주의'라는 말로 부르신다면 긍정보다는 부정이다. 물론 그와는 반대였다.


"선생님, A 어르신은 본인이 제일 잘난 줄 아세요. 신경 쓰지 마세요."


나의 잘못에 대한 주의가 아니라 내가 운행하여 모셔다 드리는 어르신의 태도에 대해 무시하라는 주의였다. A 어르신 본인은 본인이 여기 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선생님, A 어르신 앞자리 말고 뒷자리에 모시세요."


전날 센터장님의 말씀이었다. 오전에는 어르신 네 분을 모셔 오고, 오후에는 보통 한 분 어떤 날은 두 분을 모셔다 드린다. 갈 때 모셔다 드리는 두 분 어르신 중 할머니 어르신은 매일 나오시지 않아, 할아버지 어르신을 앞자리에 모시고, 할머니 어르신을 뒷자리에 모셨다. 내가 알아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인수인계받은 대로 했다.


어르신 중 어떤 어르신은 상태가 안 좋으셔서 요양원에 가셔야 되지 싶은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집에 계셔도 될 것 같은 분도 있다. 물론, 그 모든 스펙트럼의 분들이 주간보호센터의 대상 등급이 되시니 오시는 것이다.


A 어르신은 정장으로 잘 차려입으시고, 또 활동을 보면 재미있게 지내신다. 그렇지만 본인은 다른 어르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시고, 그렇게 말씀하신다. 만만한 직원들은 무시하는 말투를 하시는 것 같았다. 대표님과 센터장님은 그런 어르신으로부터 새 직원이 마음 다치지 않도록 말씀하신 것 같다. 나는 그분에 대해 그렇게 느끼지 않았었는데 듣고 보니 그랬다.


새로 오신 할아버지 어르신 B도 상태가 좋으신 분이다. 이분은 A 어르신과는 달리 도청에서 30년을 근무하시고 정년퇴직하신 공무원 출신이라 그런지, 할아버지 어르신이 곱다. 아내와 같이 지내셨는데 고관절이 다치셔서 입원하셔서 할아버지 어르신 혼자 나오신다. 할머니 어르신도 퇴원하시면 같이 나오실지도. 점잖고 고운 어르신이지만 그 할아버지 처지가 되어보자면 기가 막히실 것 같다. 연세는 많이 드셨지만 정신과 육체가 정정하신 분이 하루아침에 센터에 나와 체조하고 노래 부르고 색칠하고 지내셔야 하니 기가 막히실 것 같았다. 아무 말씀은 없으시지만 표정이 그렇다.


상대적으로 정신과 육체가 정정하신 어르신도 현대사회에서는 주간에 돌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떤 어르신은 나는 다른 바보들과 달라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어떤 어르신은 그 처지가 기가 막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후에 이웃 센터 센터장님이 공연하시러 오셨다.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에 돌아다니시며 공연하시는 분이 있어, 공연 전 어느 요양보호사님께서 저분은 공연을 하시다 주간보호센터를 차리셨나 했다. 캐리어를 하나 가지고 오셨는데, 거기서 빤짝이 의상, 보면대, 반주기, 오카리나, 멜로디언 등 별게 다 나왔다.


처음 이미지와는 달리 공연의 달인이었다. 오카리나 멜로디언 장구 연주와 노래도 수준급이시고, 마술 화술도 제법이었다. 동네 공연과 봉사 다니시는 우리 동네 딴따라가 아니라, 어르신들에 돌발행동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니 노련한 어르신 사회복지 기관장 필이 났다. 우리 동네 연예인이 아니라, 공연 예술에도 조예가 있는 어르신 사회복지기관장이구나 싶었다.


A 어르신은 신나게 박수 치며 공연을 즐기시다, 아직 공연이 끝나지 않았는데 갈 시간이 되니 갈 준비 하러 자리를 뜨셨다. 본인이 필요할 때는 말도 많으시고, 하루를 재미있게 즐기시는데, 그 모든 것이 이 어르신에는 시시한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운전 중 A 어르신께 다정하게 말벗을 해 드리지 않는다. 인사만 깍듯이 드리고 말없이 모셔 오고 말없이 모셔다 드린다. 만날 때 헤어질 때 인사만 깍듯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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