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버스 타고 병원에 약 타러 갔다 왔다

by 최다함

오늘 병원에 갔다. 원래는 내일이 가는 날인데 내일은 출근하는 토요일이라 오늘 갔다.


두 주에 한번 약 타러 병원에 다닌다. 스무 살 조울증에 걸려 이십 년 가까이 방황했다. 조울증은 약을 잘 먹으면 괜찮고 안 먹으면 안 괜찮은 정신질환이다. 대부분의 조울러들이 불행해지는 까닭은 약을 먹다 안 먹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의 사랑으로 그리고 약을 꾸준히 먹으므로 조울증을 극복했다.


주치의 선생님께 새 직장이 토요일 공휴일도 근무하여 쉬는 날이 불규칙하다고 3주일치 약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이번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기에 그렇게 해주는데 법이 강화되어 다음에는 안 되나 보다. 차량운행을 하는 업무 특성상 7시 50분에 출근해서 4시 50분에 퇴근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근무하는 날도 가깝지 않은 병원에 다녀올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주간보호센터가 치매 어르신들을 모시는 기관이라는 것을 잘 아셔서 내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신다. 난 지금 회사 재미있게 잘 다니고 있다. 전에 회사도 힘들었지만, 쉬는 동안 최저생계비는 되었던 퇴직금이 있었음에도 매달 들어오는 돈 없이 노는 것도 힘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일을 다시 시작한 게 가정을 생각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하시며 대견하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놀 수 있다면 놀고 싶다.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근데 돈 들어오는 데가 없는 삶이 더 싫다. 논다는 게 침대에 누워 TV 보며 사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차 끌고 좋은데 여행 다니며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써서 삶을 사는 게 돈도 되는 삶을 말한다.


회사에 다니니 오히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더 많아졌다. 절박해져서 그러나? 아니면 하루 종일 일하며 쌓인 글감이 있어서 그러나? 다만, 오늘의 글은 오늘의 경험을 넘어서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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