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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5. 2020

성탄절 백화점 식사와 쇼핑 대신 아내의 닭고기 요리

남편들이여, 눈치가 없으면 아내가 뿔이 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다. 최근 코로나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다. 교회의 성탄절 예배도 온라인 영상예배를 준비할 최소한의 스태프만 참석하게 되었다. 나는 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스태프라서 코로나라도 오프라인 예배에 스태프로 참석하고, 아내는 바늘 가는데 실 따라 온다고 가능하면 같이 다니려고 한다.


교회에서 우리 부부에게 성탄절 선물 겸 내가 교회 성탄절 카드를 만든 수고의 감사 표시로 신세계 상품권 10만원 권을 주셨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에미마, 오늘 신세계백화점 가서
저녁 먹을까?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신세계에 오늘 당장 가서 상품권을 쓰자고 졸랐다. 아내에게 크리스마스에 바람도 씌어 줄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상품권이 들어오면 당장 써야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냥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시간이 날 때 쓰면 되는데, 일단 그런 게 들어오면 당장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만 원이 우리 교회 같은 작은 교회에서 주기에는 큰 액수지만, 백화점에서 식사하고 쇼핑하기에 충분하 돈은 아니다. 그러나 저녁 한 끼 먹고 쇼핑도 화장품 가게에서 아내 화장품 하나 정도 사는 정도라면 신세계 백화점에서도 10만 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오빠, 지금 컵라면 간단히 먹고요.
중간에 치킨 먹어요.


치킨? 그러면 오빠가 이따 밖에
나가서 치킨 사 올까?


아니요. 내가 해 줄게요.



아내가 치킨을 직접 해 준다고 했을 때, 며칠 전 아내가 해 준 치킨 너겟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교촌치킨 사 올게."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단호하게 "집에서 내가 해 줄게요." 그랬다. 아내에게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교회에서 준 신세계 상품권으로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식사하고 작고 소박한 쇼핑을 하자고 했다. 아내 에미마가 오늘은 집에서 컵라면 먹고 치킨을 먹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온라인으로 수원의 네팔 예배와 네팔의 본교회의 예배를 차례로 참석해야 해서 그러나 생각을 했다. 크리스마스 때 사람 많을 때 백화점에 가고 싶지 않은 것과, 수원과 네팔의 네팔 예배를 연달아 온라인으로 드려야 해서 그런 것 많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것이었다.



아내는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미 치킨 요리를 직접 해 주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묵혀 두자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나 모레에 가고, 오늘은 자신이 직접 닭요리를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아내는 우리 부모님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를 시켜 논산에 계시는 부모님께 간장게장을 보내 드렸다. 물론 우리 어머니께서 장인 장모님께 매달 용돈을 보내 드리고, 코로나라고 더 보내 드리고, 크리스마스라고 이달은 더 보내 드리고 하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처음에 우리가 크리스마스로 간장게장 보내드린다고 했을 때, 돈 없는 애들이 왜 이런 것을 보내냐고 타박하시더니, 아내와 내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단히 기쁘셨던 것 같다.


아내는 기념일 챙기는 것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잘한다.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기념일 등을 챙기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런 것을 잘 못하는데, 아내는 잘한다. 아내를 위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한 장 지금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손편지보다는 올해 내가 배운 출판편집디자인 기술을 이용해서 컴퓨터 디자인으로 작은 카드를 한 장 만들어, 종이 대신에 카톡으로 모바일로 보내야겠다.


크리스마스 때 상품권이 들어와서 그것으로 저녁을 먹고 쇼핑을 할 수 있는데, 아내가 그냥 집에서 먹자고 하면 눈치를 채야한다. 아내가 뭔가를 나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나 모바일 예배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해 무엇인가 맛있는 저녁을 직접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내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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