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세이와 시와 소설의 세팅의 결정적 차이

by 최다함

나는 주로 에세이를 쓰고, 가끔 시를 쓰고, 어쩌다 소설도 쓸 생각이다.


나의 에세이는 논픽션이고, 시와 소설은 픽션이지만, 기본적인 세팅은 비슷하다. 40대 중년 아저씨가, 작고 sweet한 방에서, 쿠팡에 다니며, 브런치에 글 쓴다.


나의 에세이와 시의 결정적 차이점은, 에세이에는 아내와 아들이 있고, 시에는 없다. 시의 배 나온 중년아저씨는 노총각 독거남이다 아니다 명시 자체도 없고 아내와 아들의 존재 유무가 그려져 있지 않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나의 시와 소설의 결정적 차이는 시의 작고 sweet한 방은 그냥 작고 sweet한 방 추상 그 자체고, 소설의 작고 sweet한 방은 수원역 고시원이다. 나의 에세이의 작고 sweet한 방은 결코 작지 않다. 부모님이 시골집으로 귀농하시고 빈 수원 97년 준공 37평 아파트에서 아내와 다섯 살 아들과 셋이서 산다.


에세이에서 나는 2000년 스무 살 조울증에 걸리고, 전공 영어교육을 못 살리고, 쿠팡에 다니지만, 패배가 아닌 승리의 이야기다. 약을 먹는 것을 전제로 조울증을 극복했고, 아내와 다섯 살 아들이 있다. 쿠팡에 다니며, 작가를 꿈꾼다. 그럼에도 지금 난 쿠팡에 다니며 박봉이라 돈을 벌고 있도, 근미래에는 세계를 공명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 작가가 될 야망의 전설을 쓰고 있다.


이것이 나의 에세이와 시와 소설의 세팅의 결정적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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