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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27. 2021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시를 쓰다 보면

어떨 때는

사실 그대로의

나의 마음을 담을 때가 있고

소설처럼 가상과 가공의 시적 화자의

썰을 풀어가는 구라일 때가 있다


사실과 허구가

얼마나의 비율로 섞여 있느냐와 상관없이

소설이나 시 또는 드라마라는 장르를 달고 나오면

전부 구라라고 보아도 좋다

물론 모든 구라가 완전 날구라는 아니고

세상에 있는 모든 사실과 진리의 빅데이터를 가져와

모자이크 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문학이란 장르를 달고 나오면

일단 사실과 구라의 비율과 상관없이

구라로 보는게 맞지만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진실을 표현하기 위한 구라가

문학이라 누군가 말했다


지금 나는 꼭 그런 이유에서

시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재밌자고 웃자고 쓰는 것이다

독자를 재미지게 해서 

글을 팔아서 독자 호주머니 좀 털어서

내 호주머니 좀 채워 보자고 쓰는 목적도

없지는 않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재밌으면 장땡이지

한 번 웃어보면 장땡이지

글 써서 투잡으로 부업으로 용돈이나 벌어보면 장땡이지


살아오면서

내가 순정을 받쳐 사랑했던 여자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뿌린 선들이

악으로 비수와 같이 돌아올 때가 부지기수였다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하나님 또한 원망하지 않았다

벼랑 끝에 절망 끝에 있을 때 나는 그저

세상이 요지경인 것은

내가 이지경인 것은

그저 나를 이 무간지옥 불 속에서 구원할

하나님의 존재가 없을 뿐이라 결론지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결론지었을 때가 있었다

누가 그랬더라

신을 죽인 자의 말로는 쓸쓸했더라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터널을

나는 빠져나왔다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자갈길은 저 멀리 보이지도 않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꽃길이 저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지난 과거에 대해 그 원망도 하지 않는다

한 때 성공해서 나를 비웃으며 내려다보았던 사람들을

내가 선량한 친절의 미소로 웃으며 내려다 봄으로서

세상에 복수하자는 치기 어린 마음이 없었던 것 또한 아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마음조차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남들과 비교 말고 나 하나 행복하면 

나 하나 잘 살면 장땡이지


내가 쓰는 시로

내가 쓰는 글로

나를 조졌던 사람들에게

나를 조졌던 세상에게

내가 한 번 조져 보자는 생각조차

이제는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럴 필요 조차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다른 이와 협력할 필요도

다른 이와 경쟁할 필요도

그저 내 인생 살아가면 될 것을


선량한

자신감 있는

그 누구에게도 화살을 돌리지 않는

나의 시어에

날 선 칼날 같은 어휘와

낱말들이 느껴진다 여전히

나의 필력은 젠틀하게 웃고 있는데

내가 쓰는 어휘와 낱말이

날카롭게 날 서 있다

누굴 베려고 세운 날은 아니다

뭐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이 바쁜 세상에

나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악감정이 없는데

내 시의 시적 화자는

생글생글 웃는 민낯에

날카로운 독설의 낱말을 숨기고 있다 무기로


그냥 웃자고 쓰는 시인데

그냥 재미있자고 쓰는 시인데

누굴 향한 복수의 비수로

낱말의 날을 날카롭게 벼린 것은 아닌데

나의 삶이 만들어 낸 내 안에 낱말들이

날 서 있고 독이 묻어 있을지도


그저 웃자고 쓰는 시인데

그냥 재미있자고 쓰는 이인데

어디 아다리가 맞으면 

부업으로 돈 한 번 억수로 긁어보자고 쓰는 시인데

나의 낱말과 단어의 99% 다수는 젠틀하게 웃고 있지만

나의 낱말과 단어의 1% 소수는 날카롭게 분노하고 있을지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냥 웃자고 하는 쓰는 시인데

그냥 옛다 관심 한 개 받아보려

쓰는 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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