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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ug 10. 2021

만삭 아내는 공원 산책 가고, 난 노트북 앞에서 글쓰기

"에미마, 지금 운동 가는 거야?"

"응"

"같이 갈까?"

"아니요. 오빠는 자요."


새벽 5시이다. 임신 34주차 만삭인 아내는 오늘도 내가 자는 시간 홀로 일어나 집앞 공원을 걸으러 간다. 매일 공원 산책을 다닌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처음엔 오후에 다녔다. 내가 출근해서 집에 없는 날엔 혼자 공원 산책을 나갔고, 내가 출근해 집에 있는 주말엔 나와 함께 공원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서늘한 새벽에 산책을 다녀오더니 새벽 산책이 좋았나 보다. 내가 날 깨워 같이가자고 했더니, 오빠는 회사에 가야하고, 잠을 많이 자야 좋으니, 더 자라고 한다.


오후에 산책을 다닐 때는, 주말에 아내가 같이 산책하자고 하면, 내가 가지 말자고 집에 있자고 징징 댔는데, 요즘에 아내가 산책 갈 때 나도 깨워 같이 가라고 하면, 아내 에미마는 더 자야 한다고 말린다.


21살 때 조울증이 시작되었다. 조울증에는 잠을 많이 자는 게 좋다고 한다. 조울증이 재발할 때 증상이 잠을 적게 자는 것이기도 하고, 잠을 적게 자다보면 조울증이 재발하기도 한다. 평균 같은 또래 보다 잠 자는 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일부러 잠을 많이 자려고 하지는 않는다. 눈이 떠지는 시간에 일어나거나, 회사에 갈 시간에 일어난다.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오늘처럼 말이다. 새벽 5시에 아내가 운동을 가려고 부스럭 할 때 나도 눈이 떠졌다. 아내가 부스럭 대서 눈이 떠진 것은 아니다. 요즘 아내가 새벽 5시에 공원 산책을 가려고 움직일 때도, 나는 계속 잤다. 오늘은 나도 그 시간에 깬 것이다.


"에미마, 같이 갈까?"

"아니요. 오빠는 더 자요."


만삭인 아내 에미마는 혼자 공원 산책을 갔다. 공원을 걷다 보면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지금 힘들텐데) 남편은 같이 안 오고?'

'남편, 회사 갔어요.' '남편 회사에 가야해서 자고 있어요.'


아내는 더 자라는데, 이미 눈이 떠진 나는 억지로 더 자고 싶지는 않아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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