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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Sep 25. 2021

코로나 백신 모더나를 아내가 입원한 산후조리원에서 맞다


오늘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예약할 때 모더나나 화이자 둘 중에 하나를 맞는다고 했는데, 나는 모더나를 맞았다. 내 연령 대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서둘러서 예약을 했다. 접종 가능 스케줄이 아내의 출산과 산후조리 기간이라서, 산후조리원 기간 내 토요일 집 근처 병원을 찾았고, 마침 아내가 있는 산후조리원 산부인과 내의 소아과에서 백신 접종을 해서 여기로 신청했다. 아내랑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같은 병원에 내려와 백신을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에미마, 대부분은 괜찮은데... 아주 드물게 코로나 백신 맞고 잘못돼서 못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는데... 백신은 맞아야 하기는 하는데, 만약에 잘못돼서 요한이 다시 못 보면 어떡하지? 난 그게 걱정이야."

"오빠,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요."


주사 맞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조울증 약을 먹기 때문에, 약물 농도를 체크하기 위해서나 주사기가 몸에 들어갈 때가 있다. 아주 예전에는 주사 맞는 것을 보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일부러 보지는 않고 여전히 눈 감고 주사를 맞지만, 주사 맞는 아픔이 더 이상 그렇게 아플 나이는 아니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대부분은 괜찮은데, 아주 드물게 잘못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서 두려웠다.


삶 반대편에 있는 무엇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한때는 나는 삶보다 죽음을 사랑했을 때가 있었다. 고통도 기쁨도 기억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삶 반대편의 것을 사모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삶 반대 편의 세계가 속히 나에게 오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이제는 내가 사랑하고 보살펴야 할 아내 에미마와 아기 요한이가 있다. 아내도 아내지만 아내는 혹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아기 요한이가 잘 자라 독립된 인간으로서 세상에 우뚝 설 때까지, 나는 내 아들 요한이의 친구와 멘토와 스폰서가 되어주어야 한다.


"오빠, 나 오빠 백신 맞을 때 같이 갈까요? 신생아실에 전화해서 모유수유 시간 좀 알아봐요."

"나 혼자 갔다 올게. 에미마는 여기 있다가, 신생아실에서 부르면 수유하고 와."

"나랑 같이 가요."


아내는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백신 맞으러 가는데 혼자 보낼 수 없었나 보다. 같은 병원 빌딩 내에 있는데 말이다. 산후조리원은 6층, 소아과는 2층에 있는데 말이다. 접종을 하기 위해서는 1층 병원 현관에서 등록을 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2층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2층에는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있는데, 소아과는 협소해서, 소아과에 문진표를 제출하고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이름을 호명하면 소아과 대기실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내과도 같이 보는 것 같다. 며칠 전에 7층 신생아실에서 소아과에 가서 아기 약을 타서 위에 올려다 달라고 해서 소아과에 간 적이 있었다. 요한이가 어디 아픈가 걱정해서 갔는데 그게 아니라, 아기 요한이는 너무 잘 먹고 또 너무 잘 울고 칭얼 댄다고 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운다. 울고 칭얼 대는 게 선생님 생각하기에는,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는데, 혹시나 배가 아파서 그럴 수도 있으니 약을 가지고 가서 먹여보라고 했다. 아기 장이 편해지는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서 사서 신생아실에 올려다 주었다. 소아과 선생님께서는 나를 알아보셨다.


"이 주사가 많이 뻐근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모더나가 좀 아프다고 하셨다. 눈 질금 감고 맞았는데 하나도 아프지는 않았다. 주사 맞고 두 시간 정도 된 지금 시점에서 아직 특별히 아프거나 그런 것은 없다.


"타이레놀 사다가 머리가 아프거나 하면 먹고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가슴이 쥐어짜듯 아픈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세요."



약국에 가서 타이레놀을 찾았는데, 타이레놀은 없고 같은 성분과 효과의 다른 브랜드는 있다고 했다. 그래도 타이레놀을 구하고 싶어서, 옆에 다른 약국에 갔더니 거기도 타이레놀은 없었다. 타이레놀 대신 타세놀을 샀다.


타이레놀은 이 약의 정식 이름이 아니라, 약의 제품 브랜드 명이라고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타이레놀이라고 한다. 게보린도 사실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다른 브랜드라고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국내에만 70여 개의 브랜드가 있는데, 타이레놀이 일반명사처럼 인식이 되어서 사람들은 타이레놀을 찾는다고 한다. 약사는 성분 효과 똑같고, 가격이 타이레놀 보다 천 원 싸다고 했다.


사실 천 원이 비싸도 같은 성분과 효과라도, 타이레놀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타이레놀을 샀을 것이다. 약사 중 일부는 다 똑같은 약인데 브랜드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부정적으로 보지만, 나는 타이레놀 광풍이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약을 만들어 내는 제약사들에게 Bad News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타이레놀을 찾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간다. 어느 약국을 가도 품귀현상이다. 타이레놀이 있으면 같은 성분과 효과의 다른 브랜드보다 타이레놀을 사지만, 만약에 타이레놀이란 약이 세상에 없다면 그렇다고 소비자가 다른 아세트아미노펜을 구입했을 확률보다, 타이레놀 품귀현상 때문에 구입하지 못해 다른 브랜드를 구매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제품들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팔린 게 아니라, 타이레놀 대체재로 팔리기 때문이다. 타 아세트아미노펜 제품들도 타이레놀 때문에 장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타이레놀이란 제품이 없다면,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중에 타이레놀 역할을 하는 다른 브랜드가 있겠지만 말이다.


"백신 맞고 4시간 정도 후에 피곤하고 힘들다고 해요. 그때는 자고 푹 쉬세요."


내가 코로나 접종을 하는 것을 보신 산후조리원 실장님 말씀이다. 밥을 먹고 딴 일도 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접종 후 4시간이 되었다. 온몸에 땀이 나는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른 증상은 없다. 이 땀도 더워서 나는 것인지, 백신 때문인지 그 원인은 알 수 없다. 코로나 접종 후 4시간 아직은 무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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