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연휴 논산 시골집에 다녀왔다. 부모님의 왕대추 수확을 돕기 위해서다. 금요일 1시간 일찍 출근하여 1시간 일찍 퇴근하고,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수원역에서 기차를 탔다. 중고차를 사고 도로연수를 받고 오랜 장롱면허 딱지를 떼고 운전을 시작했지만, 아직 논산까지 차를 끌고 가기는 자신이 없었다.
한글날 대체공휴일인 월요일 오후로 돌아오는 기차 어른 표 2매를 예매해 두었었다. 1매는 취소했다. 아내가 요한이랑 한 주 논산에 머무면서 부모님 농사를 돕겠다고 했다. 나는 회사 출근을 위해 혼자 올라왔다. 토요일 차를 끌고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내가 먼저 한 번 가본 길만 아내랑 아들을 차에 태우고 있다. 시골집이 논산-천안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에 있으니, 일단 고속도로 진입하면 직진으로 쭉 가면 되지 싶다. 운전연수받으면서 고속도로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위해 왕대추 농장을 시작하셨다. 스물한 살 조울증에 걸려 반백수로 사는 아들에게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으셨다. 아버지께서는 정년퇴직하고 나를 데리고 귀농교육을 다니셨다.
아내랑 네팔에서 결혼을 하고 네팔에서 5개월 정도 살다 한국에 왔다. 그리고 그해 6개월 정도 주중에는 논산 시골집에서 왕대추농장을 하고, 주말에는 수원 집에서 지냈다. 아내와 부모님과 농사지으며 행복하게 사는 글을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고, 연합뉴스TV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반년 부모님과 아내와 왕대추를 키웠다. 이듬해 수원에 올라와 국비지원으로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이수하고 구직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지금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시작하신 농장을 지금은 부모님께서 하고 계신다. 논산 시골집으로 귀농하셔서 이제는 아주 정주하셨다. 수원 부모님 아파트는 아내랑 아들이랑 우리 세 식구가 살고 있다. 나는 완전히 농장을 떠났는데, 아버지께서는 농장 이름을 다함왕대추농장이라고 지으셨다.
이제는 손자가 할아버지 농장에 와서 할아버지 왕대추와 함께 논다. 요한이가 아주 어릴 때는 무표정하게 엄마 아빠가 자기에게 재롱떠는 것을 구경했는데, 이제는 요한이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재롱을 떨 만큼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