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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07. 2020

병원에서 약을 타고, 아내 피아노 배우러 동반하여

어느 토요일의 나와 아내 에미마 우리 부부의 일상

"최다함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특별한 기분변화는 없으시지요?"


"예. 잘 지내요. 직업훈련 마친 후에 구직활동을 해 보았는데, 제 나이와 경력과 전공으로 취업이 어렵겠더라고요. 1인 출판사를 해보려고도 했는데, 창업을 할 자본도 없고요. 어차피, 출판사 사장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던 것이라서, 요즘에는 책을 내려고 글을 쓰고 있어요. 출간을 위해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했고요. 책이 출간되면 책 들고 강연 다니고 그러려고요."


"최다함님 글을 블로그에서 종종 읽어보는데요. 감동적이고 좋아요. 잘 되실 거예요."




오전에 화성 봉담에 있는 정신과 병원에 다녀왔다. 2주에 한 번씩 조울증 약을 타러 다닌다. 21살 때 군대에서 조울증이 시작되었다.


조울증은 약만 꾸준히 먹으면 괜찮다. 조울증이 정신질환 중에 가장 지랄 맞은 이유는, 꾸준히 약을 먹지 않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고, 약을 먹지 않을 때 나타나는 병증들이 지랄 맞다. 자신의 모든 돈을 쓰고, 자신이 세상의 구원자가 된듯한 과대망상 증세를 보이고, 정상일 때 가지고 살던 선을 넘어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약을 먹으면 대체로 괜찮아지는데, 환자들은 내가 괜찮은데 왜 약을 먹어야 하나 생각한다. 한 번 조울증 증세가 크게 와서 두세 차례 이상 재발이 되었다면, 괜찮은 상태라도 재발방지를 위해서 예방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기분조절이 되었고, 아내 에미마를 만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 행복한 생활이 시작된 후에, 이제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것을 넘어서, 이제까지의 모든 과거의 아픔들과 방황들을 이기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멋진 남자로 변화해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지금 주치의 선생님은 2014년 병점역 근처 입원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2000년도에 시작된 조울증이 가장 심각했었던 시기가 2009년이었고, 그다음이 2014년도였다.  선생님께서는 그 입원 병원에 과장님으로 페이닥터로 계셨다. 원장 선생님 한 분과 페이닥터 두 분이 계시는 입원 병원에서 지금의 주치의를 담당 선생님으로 만났다. 그 이후에도 그 병원에 수차례 입원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장 심각할 때 그 모습을 보셨다. 내가 좋은 사람이고 내 안에 가진 달란트도 많은데, 조울증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 슬픈 인생을 사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셨다.


병점의 입원 병원 퇴원 이후에도 그 병원으로 외래를 다녔는데, 그 선생님께서 병원을 떠나신 후에, 나도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재발해서 병점의 입원 병원으로 입원했는데, 그 병원 원장 선생님이 내가 퇴원할 때 내 주치의 선생님께서 개원을 하셨다고 원하면 그 병원으로 외래를 다니라고 주소를 알려주셨다. 고려대 의대 선후배 사이라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게 끈끈하다고 하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아내 에미마를 만난 후에 내가 정말로 몰라보게 좋아 주셨다고 하신다. 약을 먹으면서 조증 증상이 나타나 지지 않고, 호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셨으나, 선생님 또한 내가 결혼하고 다시 직업을 가지려고 동분서주하면서 노력하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내가 아내 에미마를 만난 후에 놀라 보게 좋아지는 모습을 보시면서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신다.





네이버 블로그의 서로 이웃의 새글알림에서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 하나를 보았다. 읽어 보고 싶었다. 서평단 모집 카페에 가입해서 지원을 해 보았는데 떨어졌다. 서평 경력이 없어서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책 사는데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아서 어지간하면 책을 사지 않았는데, 사서 보고 싶은 제목이었다.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싸다. 택배비는 무료이고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종로 교보서점이나 수원역의 북스리브로에 가서 직접 사 온다.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에 있으면 거기에서 보고, 없으면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eBook으로 나와 있으면 거기에서 산다. 밀리의 서재나 eBook으로 나오지 않고 오직 종이책으로만 나온 책만 구매한다.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공부하면서, 북디자인에 눈을 뜨게 되면서, 북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관심이 있는 종이책은 구매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또한 학원 근처인 신논현역 교보문고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였다. 아직까지는 독서 애호가들이 찾는다는 독립서점에는 안 가보았고, 대형서점을 이용한다.


블로그에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 낸 어느 작가의 책이다. 1년 만에 4권의 책을 써서 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10권이 넘는 책을 내었다고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었다. 나는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에다가 글을 쓰고 싶은 것이 다르다면 다르지만 말이다. 물론, 나 또한 블로그에 1년 이상 글을 써 왔지만, 블로그에는 책으로 낼 만한 성격의 글은 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을 뿐이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출간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나는 브런치를 기반으로 한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지 본격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브런치 작가의 도전은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도전 시작 10개월 만에 성공했다. 


책 제목을 보고 충동구매의 욕구를 느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원역에서 내려서 북스리브로로 갔다. 책을 검색하는 컴퓨터로 검색을 해 보았으나, 아직 수원의 대형서점에는 책이 나와있지 않았다. 세나북스라는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아직 매장까지 뿌려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서울의 대형서점에는 매대에 나와 있고, 대형서점이라고 하지만 수원지역이고 아직까지 베스트셀러 책은 아닌지라 안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사야 하는 마음이 들면, 즉시 구매를 해야 하는 성격인 편이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책을 통하여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구매하였다.


구매를 완료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지금 나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책을 통하여했던 일들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책을 통하여 배울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끌렸을 때 이미 내가 무의식적으로 이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위로를 얻고 싶은 것이다. 블로그에 1년 이상 글을 써 왔고, 지금은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결코 헛 된 일이 아니고 이미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병원에서 약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수원역 서점에 들렸다가 원하는 책이 없어 그냥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책 한 권을 구입하고, 집에 와서 아내와 점심을 먹고, 아내 피아노 배우러 가는 길에 함께 동원했다. 아내 에미마는 한국에 왔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했는데, 감사하게도 재능기부해주시겠다는 어느 교회 사모님이 계셔서, 1주일에 1번씩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아내의 피아노 실력은 빨리빨리 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고, 열심히 연습을 해서,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내 에미마가 피아노를 잘 배워서 한국에서의 재미있는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에는 수원에 사는 네팔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할 예정이다. 이번 주 고모 댁에 가서 힘들게 김장을 하고 오늘 피아노를 배우고 온 아내는 지금 방 침대에서 쉬고 있고, 나는 마루에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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