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당황! 너..., 나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도시견들의 문화.

by 다한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나 말고도 많은 댕댕이들이 살고 있어.

산책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개들을 마주치곤 하지.

가끔은 무서운 개들도 있고, 엄청 착한 개들도 있어.

오지 말라고 짖어대는 개들도 있고, 돌직구로 다가오는 개들도 있지.


나는 어떤 타입이냐면.

평소에 유치원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많은 편이고, 엄마랑 산책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다른 개들에게 방해받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야.


특히 어릴 때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밖에 나가면 경계심이 강해지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어릴 때 일인데, 집과 멀지 않은 공원에 갔을 때였어.

거기엔 낮이면 모임으로 무리를 지어 노는 형, 누나들이 있었어.

사실 형이라기엔 나이가 엄청 많은 할아버지뻘 되는 개님도 있었지.

나는 아직 어린 강아지라 그들이 무서웠어.

그런데 한 강아지가 줄이 풀린 채로 막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계속해서 나를 쫓아오고,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지.

그 후로 한동안 그 공원을 가지 않았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공원에 모임 하는 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야.

알고 보니 한 개가 다른 개를 물었대.

아마도 그 후로 모임이 해체된 거 아닐까?




사실 우리 엄마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친구 사귀기를 강요했어.

어디서 누구와 만나든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 엄마들의 마음이란 게 그렇잖아.

그런데 이는 내가 아무 강아지나 친구 하길 원치 않는다는 걸 인정해주고 있어.

그래서 요즘은 산책할 때면 다른 강아지들을 마주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훈련하곤 해.

상대 강아지가 지나가도록 "앉아서 기다려." 하거나, 내가 짖지 않아도 엄마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엄마에게 집중하기' 훈련을 주로 하고 있어.


오늘은 휴대폰을 보는 견주님이 한 손으로 리드 줄을 잡고 산책을 하고 계셨는데, 엄마가 멀리서 보곤 내 시야를 가리고 앉아서 기다리게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개가 엄마랑 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는 거야. 심지어 난 소중한 간식을 먹고 있었다고!

이미 기분 상한 내가 그 강아지에게 으르렁거리며 저리 가라고 짖어댔지.

그 강아지는 견주님이 마구 당기는 줄에 끌려가면서도 날 보고 짖어대며 멀어졌어.

휴..., 그 사건만 아니면 오늘도 완벽한 산책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지.


나는 샤이보이야.
내게 돌직구로 다가오지 말아 줘.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말이야.

도시의 개들은 70% 이상이 무조건 나한테 다가오는 걸까?

심지어는 "댕댕이, 친구다. 친구!" 하는 견주님들도 있어.

그 강아지와 나는 불과 3초 전에 처음 마주쳤는데 말이지.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낯선 개들은 무섭고 싫단 말이에요. (ㅠ_ㅜ)


우리에게도 친구는 따로 있어요.
같은 댕댕이라고 1초 만에 친구가 되는 건 아니랍니다.
"보고 싶은 깜돌이 형아, 이사간 곳은 살만 해?"


그러니깐..., 동네 사람들~!, 서울의 모든 견주님들!!

우리의 견권을 존중해주세요.

미안하지만, 난 이미 친구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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