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냐!

오늘도, 알고 싶지 않은 네 놈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by 다한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태어난 나는, 오늘도 엄마와 개통령 강 씨 형님과 설 씨 형아의 유튜브를 시청하곤 해.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한 반려견을 만난 우리 엄마는 그 형아들에 비하면 완전 어설픈 인턴 수준이지.

론, 개통령님의 위대한 산책론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어.

하루에 몇 번을 나가도 즐거운 산책은 정말 만병통치약인 것 같아.


그래도 언제 어디서 날 위협하는 외부 자극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겁쟁이인 나에게 산책은 마치..., 애증의 관계랄까?


그래도 왕 겁쟁이에 왕 소심이인 내가 도시에서 산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모두 다 엄마 덕분이지.

내가 옛날에는 산책하다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숨느라 바빴는데, 이젠 당당하게 워킹을 할 수 있게 됐어.

그리고, 경계심이 많아 내게 다가오는 강아지들에게 '왕왕!' 하곤 짖어댔는데.

어쩔 줄 몰라하며 쩔쩔매던 엄마는 이제 능숙한 '척' 하면서 나를 진정시키곤 해.

뭐..., 그래도 이 정도면 견주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할 수 있지!




근데, 우리나라에 원래 이렇게 댕댕이들이 많이 살았어?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강아지는 집 안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던데....

우리 할아버지네 시골집에도 밖에서 사는 강아지가 있거든.

걔가 나를 보고 "아파트에서 산다고? 집 안에서?" 하며 깜짝 놀란 얼굴을 하더라고.

정말, 말이 안 통하는 강아지였어!

그래서 그런지 가끔 산책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우리 아파트에만 이렇게 강아지 친구들이 많은 걸까?




안타까운 건, 모든 강아지들이, 도시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숙한 펫티켓을 지고 있진 않다는 거야.

그래서 가끔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어.

한 마디로, 정말 억울한 거지!


짖는 강아지가 문제냐고?

놉! 개가 짖을 수도 있지. 안 그래?

"우리 애는 안 짖어요."라고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어떻게 강아지가 하나도 안 짖을 수가 있어?

사람이 아니잖아.

나도 가끔 짖곤 하지만, 우리의 보호자들이 우릴 통제하고, 지켜주잖아.


그럼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바로..., 충격적이지만.

길거리에 널브러진 그 녀석의 흔적이야. 바로, 응가지!

수상한 냄새가 난다!

하루는 향긋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 밑에서 킁킁거리며 행복한 산책을 하던 중이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내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어라? 이게 무슨 냄새지?" 하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웬 낯선 녀석의 응가였던 거지.

반려견 놀이터에만 가도, "성숙한 펫티켓을 보여주세요."와 비슷한 문구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하는데, 이 아파트 단지에 똥이라니!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웃 강아지의 하루 식사 메뉴까지 알 수 있었어.

'오리 고기를 주로 믹스한 건사료에, 단호박 하나를 간식으로 먹었고. 음..., 변비가 조금 있나 봐.'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에서 그 녀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지.

얼굴을 모르지만, 그 녀석..., 장이 좀 안 좋던데, 괜찮으려나?


물론, 오늘도..., 알고 싶지 않은 네 놈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네 이놈!! 그나저나 배는 좀 괜찮아졌니?


아무튼 말이야.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싸고 튀는 놈이 있단 말이야?

너..., 내가 주시하고 있다.

한 번 걸리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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