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짧은 게 아니라, 허리가 긴 거야!

허리가 길어 슬픈 닥스훈트

by 다한

닥스훈트라고 불리는 나는 독일에서 왔어.

원래 처음부터 이렇게 짧은 다리를 가진 건 아니었어.

사람들이 우리에게 숏다리를 만들어준 거지.


‘닥스(dachs)’는 독일어로 오소리라는 뜻이고,

'훈트(hund)'는 사냥개라는 뜻이야.

오소리는 족제비과의 포유류인데, 낮에는 굴속에서 쉬다가 밤이 되면 굴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애들이야.

그래서 오소리를 사냥하려면 땅속의 굴을 파고 들어가는 사냥개가 필요했지.

사냥개인 우리를 유전학적으로 짧은 다리를 갖게 만든, 계량 종인 거야.


그래서 그런지 닥스훈트 친구들은 어딘가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을 찾아 들어가는 걸 좋아해.

나는 어릴 때 소파 밑에 들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소파 밑을 들어갈 수가 없게 됐어.


대신 내게는 이불이 있지!

잘 때면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엄마 다리 옆에 눕곤 해.


내가 태어나고 1년이 지난 후에도, 몸길이가 자꾸만 길어지고,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였어.

폭풍성장이라고 알지?

하루는 엄마가 나를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넌 도대체 언제까지 길어지는 거니?
엄청 길지? 다리 말고....

이제 내가 두 다리는 쭉 뻗고 누워있으면 엄마의 팔 길이만큼 긴~ 장신이 됐어.

세로로 자라지는 않지만 가로로 키다리가 됐지.

정말 다행인 건, 이제 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 닥스훈트 종은 앞에서 말했듯이 고향이 독일이야.

독일 하면 뭐가 생각 나?

베를린? 베토벤? 괴테?? Nope!!

독일에는 소시지가 있잖아! 아..., 독일 수제 소시지 진짜 맛있는데. 알지?

암튼, 우리 닥스훈트는 말이야.

핫-도그(Hot dog)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

다들 아는 그 핫도그야!


핫도그는 빵 사이에 소시지를 집어넣은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라는 독일 음식에서 시작돼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 이름을 갖게 된 음식이야.

독일의 요한 게오르게너(Johann Georghehner)라는 사람이 우리 닥스훈트 모양을 닮은 프랑크 소시지를 만들어서 팔았어. 이 소시지는 빨간색이라 레드 핫(Red hot)이라고도 불렸고, 닥스훈트랑 닮았다고 '닥스훈트 소시지'라고도 불렸어.

그러다가 1800년대에 미국에서 빵 사이에 이 소시지와 야채를 넣은 '프랑크 소시지빵',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이라는, 지금의 핫 도그를 팔기 시작했는데.

1906년에 신문사의 만화 만평가인 테드 도건(Tad Dorgan)이라는 사람이 야구장에서 이 소시지를 파는 행상인을 만나게 된 거야.


도건 씨는 "따끈따끈한 소시지요. 따끈한 닥스훈트 소시지 사세요!(They're red hot! Get your dachshund sausages while they're red hot!)"라고 소리 지르는 장사꾼이 계속 신경 쓰였어.

그래서 도건 씨는 장사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했지.

그런데 그 장사꾼이 순순히 "아유, 죄송합니다."하고 장사를 접었을까? 천만에. 도건의 부탁을 거절하고 끝까지 그 자리에서 버틴 거지.


거참, 시끄럽네. 야구 좀 봅시다! VS 그럼 이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빵은 누가 팝니까?


뭐..., 대략 이런 분위기였겠지?

암튼 그래서 도건(Tad Dorgan)이라는 만화가가 잔뜩 마음이 상해서, 야구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와 이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빵'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게 됐어.

대신 만화 속의 핫도그는 빵 사이에 소시지가 아니라 진짜 닥스훈트 강아지가 들어있는 모습으로 그린 거지.

근데, 이 만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독일어인 '닥스훈트(D.A.C.H.S.H.O.U.N.D)' 이 스펠링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그래서 결국 dashhound 대신에 dogs를 쓰게 된 거지.


근데, 만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은 거야.

그야말로 완전 대박이 난 거지.

프랑크 소시지 빵, 레드 핫 소시지 빵,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빵, 어느 하나의 이름에 정착하지 못하던 그 소시지 빵이 '핫도그(Hotdog)'가 됐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 정도면 그냥 닥스훈트 빵이라고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핫도그 (P.S. 열심히 그림 실력을 키워볼게...)


지금까지 내가 뜨거운 소시지가 되어버린 억울한 사연이었어.




내가 허리가 길어서 슬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나의 조상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시켜 탄생한 분이셔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유전적인 결함이 있어.


연골 발육부전증이라는 유전병이야.

그래서 다리만 자리자 않는 거지.


사실 우리 닥스훈트들은 다리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

슬개골 탈구는 대부분 가지고 있을 걸?


그뿐만이 아니야.

나는 성장판 조기 폐쇄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어.

쉽게 말하자면, 다리 길이가 짝짝이인 거지.


나는 막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데, 마구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한 번씩 다리가 아파.

정말 짜증 나겠지?

내가 달리기를 얼마나 잘하냐면.

금방 지나간다. 잘 봐, 집중해~!
바람에 흩날리는 저 귀. 아무나 되는 거 아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내가 미끄러지면 관절에 안 좋을까 봐, 어려서부터 마룻바닥에 매트를 깔아줬어.

소파에는 강아지 계단을 설치해서 내가 점프하지 않도록 해줬지.

계단아 고마워. 내가 소파에 올라갈 수 있는 건 다 네 덕이야.

내가 아주 어릴 때 이야기인데, 내가 이 집에 살기 시작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처음 놀러 왔어.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우리 집을 보고는.


아이고, 누가 보면 애 키는 줄 알겠어. 빨리 애나 낳아서 키워!


하며 혀를 끌끌 차곤 하셨어.

그때만 해도 우리 할아버지는 집에서 개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셨거든.

물론, 지금은 나를 보면 쓰담 쓰담해주시고 예뻐해 주셔! 다행이지?


아무튼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지금쯤 벌써 절름발이 되었을지도 몰라.

짧은 다리..., 아니. 유독 긴~ 허리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야.

살이 찌면 관절이 안 좋다고 해서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아?

나도 체중관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매일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나도..., 고기 좋아하고! 치즈도 좋아하고! 간식도 많이 먹고 싶다고!!


안 되겠어. 오늘은 그만 잠이나 자야지.

조금 더 지나면 야식이 당길 것만 같아.

밤에는 사과도 독이라는 말 알지?

옷이 두꺼워지는 계절이 다가온다고. 다들 긴장하라고! 오케이?

얼른 자자. 모두들 굿밤!


keyword
이전 07화밥값은 해야지? 뭅뭅(move, m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