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미래의 공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10년을 꿈꿨지만, 막상 준비하려니 두려웠다.
10년간 마음속에 품어온 긴긴 꿈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그저 초조함과 불안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나만 빼고 모두가 취업하고 자리를 잡는 세상 속에서, ‘괜히 뒤처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떻게 마련한 기회인데, 이런 생각에 발목 잡힐 시간이 없어.”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을 중학교 3학년의 어린 내가 처음으로 그렸다는 것을. ‘워킹홀리데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설레고, 언젠가 캐나다 하늘 아래 설 내 모습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달력을 넘기던 그 시절.
이제 그 꿈을 현실로 바꿀 때가 되었다.
망설임과 불안이 나를 잠시 흔들어도, 끝내 이 길 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이 길이, 오랜 시간 내 안에 머물던 꿈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 여정을 기록하려 한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저건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야’라며 막연히 주저할 누군가를 위하여.
또 언젠가, 불안에 동동거리며 흔들리고 있을지 모를 나를 위하여.
먼저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정말 기본적인 생활 영어만 가능한 토종 한국인이다. 하지만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건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어떤 시간을 보낼지’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워홀에서 얻고 싶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돈, 영어, 경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떠올리지만, 그 순서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경험-> 영어-> 돈 순서였다.
‘경험’이 나의 최우선이었다. 나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그들과 다양한 순간을 함께하며 더욱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싶었다. 돈과 영어는 그다음이었다. 돈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돈만 좇으며 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부딪히며 배우는 살아 있는 언어가 더 값질 거라 믿었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니 ‘경험’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계획이 보였다
- 3개월간 어학연수로 언어와 문화를 익힌 뒤
- 이후 일을 구해 현지 경험을 쌓을 것
사실 워킹홀리데이는 단순히 일을 구하러 간다면 유학원 없이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출국 직후 어학원을 다닐 계획이 있었고, 혼자서 밴쿠버 현지 어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유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밴쿠버 유학원’을 검색하니 광고로 도배된 정보들뿐이었다. 그럴수록 ‘광고가 아닌 현실적인 경험담’을 찾고 싶었다.
나는 광고성 후기 대신 현실적인 추천을 받기 위해
SNS를 뒤졌다. 그리고 캐나다에 이민해 학생들 컨설팅을 하고 계시는 분을 발견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나의 상황과 고민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그분은 유학원 한 곳을 추천해 주셨고 그곳이 바로, 지금 나의 여정을 함께 준비해 주는 유학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유학원 상담을 통해 나의 목표와 성향을 고려하여 밴쿠버 현지 어학원 중 한 곳을 선택하고 등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전에 한 달간 캐나다에 다녀왔을 때는 관광비자인
eTA 비자로 입국했다. eTA(전자 여행 허가,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는 6개월간 체류 가능하며, 온라인에서 쉽게 발급할 수 있는 비자이다.
그래서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오만이었다.
비자 발급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그런데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어김없이 불안감이 밀려왔다 "쉽게 준비할 수 있다"라고 쓰여 있었지만, 해외 실습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산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캐나다 이민청(IRCC) 사이트를 열자, 영어로 빼곡한 페이지가 눈앞을 가득 채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막막함이 몰려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절차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IEC, International Experience Canada)는 단순히 신청한다고 받을 수 있는 비자가 아니다.
1️⃣ 랜덤 선발제(Invitation to Apply, ITA)
• 신청서를 제출하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초청장(ITA)을 받는다.
• 선발되지 않으면 비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2️⃣ 비자 신청 및 서류 제출
• ITA를 받으면 본격적인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 여권, 지원서, 각종 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3️⃣ 신체검사 및 바이오메트릭스(지문등록)
• 신체검사 예약 후 지정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돈도 만만치 않다)
• 바이오메트릭스(지문 및 사진 등록) 메시지를 받은 후, 지정된 센터에서 등록해야 한다.
4️⃣ 비자 검토 및 최종 승인
• 모든 서류가 검토되면 최종 합격 서류가 발급된다.
나는 2024년 6월 한 차례 신청했지만, 선발되지 않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지원자가 많아 랜덤 선발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특히 나처럼 비교적 늦게 신청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래서 2025년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신청했고, 마침내 2025년 1월, 인비테이션 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최종 승인뿐이다. 모든 서류를 제출했고, 신체검사와 바이오메트릭스 등록도 끝냈다.
모든 걸 준비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10년을 꿈꿨고, 그 길 위에 섰다.
부디, 내 여정이 이대로 계속될 수 있기를."
+ 내가 가입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카페는 단순한 정보 공유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엔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보다 한 발 앞서 걸어간 이들의 흔적이 너무나 자세하게 남아 있었다.
이 카페가 없었다면, 비자 신청을 혼자 해내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막막했던 순간마다, 누군가 남겨둔 경험담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었다.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