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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롬복은 처음이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by Dahi

인도네시아 롬복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받았다. 5만 원 남짓, 비자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입국심사장 바로 앞에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결제하면 종이를 한 장 내어준다. 그 종이를 들고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줄을 섰는데, 이게 웬걸.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공항이라 심사관은 2명뿐이었고, 한 사람 당 걸리는 시간은 꽤나 길었다.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걸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무엇인지 모를 서류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왜 나만 빈 손인지. 하물며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조차 예매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보다 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은, 독일 친구, Lukas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도착시간까지 따져서 30분 정도면 넉넉하겠지 싶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줄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내가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것보다 나를 마중 나온 친구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정도를 기다렸을까? 내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입국심사관은 이상하리만치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긴장 속의 한 시간 반의 기다림 후, 나는 여권을 챙겨 허둥지둥 친구를 찾으러 나섰다.


어리둥절하며 양 옆을 살피며 걷던 나에게 다가온 Lukas. 몇 개월 만이었을까. 마지막은 2월의 필리핀, 시아르가오. 그리고 6월 말.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니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뚫고 다시 나는, 친구들의 곁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왜였을까. 나는 한국 집으로, 포르투갈 집으로 돌아갔을 때보다 더 안심이 되었다.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내 마음은 멀리서 바라본 바다처럼 잔잔하게 일렁였다.


롬복 공항에서 Lukas의 오토바이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려 쿠타 시내로 들어갔다.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번거로울 수 있었던 일들이 친구 덕분에 물 흐르듯 흘러갔다. 일단 친구가 지내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다로 나왔다. 맥주를 한 병 씩 앞에 두고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마음 놓고 웃어본 게 언제였더라. 어떤 단어로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의 행복이 우선인 사람. 하지만 행복했다.


그리고 저녁은 Lukas가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이 함께 모였다. 그리고 나의 반년을 함께 채워준 친구를 이곳에서 만났다. 이름은 Nav,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짙은 피부색을 가진 스리랑카 사람이다. 아니 호주사람이다. 아니 둘 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신기하다. 이렇게 나는 내 생애 첫 브라운 친구를 사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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