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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반년을 살았다

발리 옆 롬복

by Dahi



포르투갈을 떠났다. 이번엔 짐을 단단히 쌌다. 가져갈 짐이 아니라, 남겨둘 짐들을 한편에 모았다. 내 배낭은 7kg도 채 되지 않았다. 가방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지만,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떠날 때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돌아올 때는 떠나지 않을 것처럼 “


결국은 돌아오게 되고, 또 떠나겠지만 어딘가에 도착한 그 순간만큼은 그곳이 나의 집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 어딘가에 가려고 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 그렇게 내가 원하던 세상은 결국 어디였을까. 지금 나는 그 세상으로 나온 것일까.


비행기 값이 가장 만만했던 방콕으로 향했다. 방콕에서의 일주일, 지난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인도네시아, 롬복에 있다고 했다. 여기로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두 번이나 물었지만 나는 두 번 다 거절했다.


“나,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 “


갈 곳이 없다면 이곳으로 오라는 친구의 말에 잠깐 흔들리기도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바로 한국으로 가야 할지도 고려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영상 전화가 왔다. 이곳에서 내가 아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며,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다. 이곳에 오지 않겠냐며.


딱히 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사실은 가야 할 이유만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인도네시아 롬복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고, 이틀 뒤 롬복에 도착했다. 가지 않겠다고 한사코 말했지만, 나는 결국 반년을 그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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