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것만으론 부족하죠
갑자기 치즈가 먹고 싶어서 쿠팡을 여는 대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눈에 보이는 우유 두 팩. 하나 정도는 써도 되겠다 싶었다.
냄비에 우유 한 팩을 모두 털어 넣고 가스불을 켰다.
소금 탈탈, 식초도 탈탈.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많이 해봤기에 계량은 딱히 하지 않는다.
손 맛을 믿는 편. 그리고 내가 먹을 거라 큰 부담도 없었다.
약불 위에서 모든 게 잘 섞이도록 휘휘 젓는다.
이미 식초를 넣었을 때부터 약간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보인다.
바닥이 절대 눌지 않을 거라는 기대는 버린다. 어디서 보면 젓지 말고 가만히 둬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내내 저어도 치즈가 잘만 만들어진다.
그러니 모두 걱정 말고 바닥까지 잘 저어주시기를.
그렇게 가만히 두면 조금씩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뭔가가 위에 뭉쳐서 둥둥 떠다니고 아래는 살짝 노란빛의 맑은 색을 띤다. 불을 끄고 나는 잠깐 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고, 면포를 찾지 못했다.
조금 뒤에 면포를 찾아 그 위에 모든 걸 부어낸다. 아래에 맑은 액체는 유청이라고 한다.
이걸 또 끓여서 생크림을 넣으면 브라운 치즈가 된다나.
다음에 생크림이 생기면 한번 해봐야겠다 싶지만, 나는 브라운 치즈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크게 당기지는 않는다.
이렇게 한나절을 두면 치즈 완성!
다음날 아침에 조깅을 다녀왔다. 요즘 귀찮아서 하루이틀 미루고 있었는데, 가민 워치로 10K 달리는 훈련을 설정해 놔서인지 자꾸 나가서 뛰란다.
물론 내가 안 나가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괜히 찔리는 느낌. 오늘은 더군다나 7km 정도를 뛰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가 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비는커녕, 요즘은 날도 점점 좋아진다. 여섯 시 반쯤 비몽사몽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또 나가면 기분이 좋다. 첫 10분은 가볍게 달리거나 걷기, 그리고 4.7km가량은 뛰라 신다. 그의 말에 따라 나왔으니 하라는 대로 해야지.
그리고 마지막 10분은 또 가볍게 달리거나 걷기. 원래는 마지막 10분은 주로 걷는 편인데, 오늘은 무슨 기분인지 살짝 뛰다가 걸었다. 하하 큰 차이는 없겠지만.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니 기분이 좋다. 아침에 뛰면 식욕이 더 가라앉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더 건강하게 먹고 싶은 기분이 든다.
냉장고를 열어 어제 만들어 둔 리코타치즈를 바라본다. 아니 노려본다. 저걸 어떻게 먹는담.
다행히 집에 토마토가 보인다. 구워놓은 고구마도 있다.
그래 오늘은 건강하게 가보자. 토마토를 슬라이스 해서 썰어두고 옆에 리코타치즈를 얹었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탈탈 뿌리고 꿀도 뿌린다.
나는 어디든 이 세 가지는 빼놓지 않고 뿌리는 편이다. 그게 과일샐러드라고 할지라도.
아무튼 이렇게 먹고 나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뭔가 배가 부르지 않으면서 건강한 느낌.
하지만 단점은 계속 뭔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한잔 내렸다. 우유를 살짝 넣었다. 따뜻한 무언가를 계속 목구멍 아래로 흘려보내며 나를 달랬다.
내일은 어딜 달릴까 생각하다가, 다녀와서 뭘 먹을까에 다다랐다. 글쎄, 뭘 먹지. 아직 리코타치즈가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