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가기도 하고, 물론 책을 사고 또 읽으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건 바로 정면에 전시된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그 날은 아니었다.
서점에 들렀다. 찾으러 간 건 아마.. 여행책이었을 거다. 스페인인지 미국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디론가 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다 빽빽이 꽂힌 책들 가운데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을 발견했다.동물을 좋아하지만, 동물원은 좋아하지 않는 내게 딱이었다.
그곳은 전쟁 중인 바그다드의 동물원이었다. 총과 피가 난무한 상황에 동물들은 잊혔고, 그대로 철장에 갇혀 굶어 죽거나 치워지지 못한 배설물에 둘러싸여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포탄 속으로 뛰어든 환경보호 운동가 로렌스 앤서니, 그가 당시의 현장을 기록한 거였다.
그 길로 여행책은 잊고, 바로 그 책을 사들고 와 단숨에 읽었다. 인간끼리의 싸움에 엮인 것도 어이가 없는데, 스스로 살아남을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동물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연과 떨어져 도심 속에서 전시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동물원 동물에게 찾아온 또 다른 고통이었다.
이 책의 52쪽 5번째 문장은 아래와 같다.
시들릭 중위는 몇몇 병사와 함께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무장한 군용차를 동원해 사자들을 잡으러 나섰는데 우리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사자 네 마리는 결국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주었다.
역시 우리 밖에 있는 사자는 위험하다고 판단해서였을까. 로렌스 앤서니와 그를 돕는 사람들의 판단에 순간 목숨을 잃기도, 구하기도 하는 동물을 보니 머리가 복잡했다. 우리 밖을 돌아다니는 사자는 분명 총 없는 인간보다 힘이 세지만, 그들의 목적이 인간을 헤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제 삶을 살려는 발버둥에 죽음을 맞이한 사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왜동물과 인간의 삶이 부딪는 곳은 항상 빨간 물이 드는 걸까.
위 글은 <매일 쓰다 보니 작가>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일과삶님의 지목을 받아, 국제도서주간 릴레이에 참여하기 위해 적은 글입니다. 릴레이의 룰은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