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밤일기 Aug 04. 2018

[출간이야기] 원고 작성과 출간기획서 쓰기

달라진 거절의 형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고 내용에 성의를 많이많이 보태자 출판사들의 답장이 달라졌다.


물론 거절, 거절, 또 거절이었지만 거절의 방식이 달라졌다는 의미. 



이전처럼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 등으로 시작하는 답변들도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그 중간중간 원고에 대한 피드백, 혹은 지금 여행 에세이 시장에 대한 조언 등이 추가되어 돌아왔다. 몇몇 편집장님들은 장문의 답장을 통해 원고의 장단점에 대해 짚어주고 보완할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했었다.

거저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회신율을 높이기 위해, 또 피드백을 받아보기 위해 원고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의 것들에도 나름대로 정말 공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수정했던 것은 바로 원고. 한글 파일에 글만 주르륵 붙여 넣었던 기존의 원고를 다시 수정했다.

내가 쓴 글은 '여행 에세이'였고, 여행 에세이에서 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진이었다. 원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글과 사진의 조화였기에 조금은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원고 내에 사진을 삽입하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실제로 '책'을 보듯이, 혹은 책 내용과 비슷하게 꾸미는 것이 좋단 생각이 들었기에 포토샵을 열어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 한참을 끙끙대며 작업을 시작했다.


거의 하루를 꼬박 바쳤던 작업이었다. 사진을 불러오고, 빈 레이어를 열어 사진을 보기 좋게 배치하고 또 그것을 한글 파일로 만들고 삽입하는 과정까지. 한 쪽을 만드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던 탓에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이 길어졌다. 다 만들고 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그러나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내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마음만큼은 한껏 개운해졌다.

이대로 끝은 아니었다. 사진을 삽입한 탓에 원고를 제작한 한글 파일의 용량이 너무나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용량을 줄이기 위해 이 파일을 다시 pdf 파일로 변환하고, 그것을 따로 저장해 최종 '초고 원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나는 이때 완성한 초고를 가지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원고만 잘 썼다고 끝인 것은 아니다. 어쩌면 원고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출간 기획서'. 내 원고의 내용을 1p ~ 3p 정도로 짧게 정리한, 말하자면 예고편 같은 것이다. 예고를 잘 만들어야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보듯 이 출간 기획서를 잘 써야 눈에 들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접했다.

처음으로 원고를 투고했을 땐 오로지 원고만을 가지고 냅다 부딪쳐 보았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실패였고, 그 이후 아주 겸손하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차근차근 출간 기획서부터 써 내려갔다.

원고의 제목, 저자 소개, 원고의 장점과 유사 도서, 유사 도서와의 차이점, 홍보 방법 등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출간 기획서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내 원고를 조금 더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이 원고를 왜 책으로 만들고 싶은지, 내 원고의 장점은 무엇인지, 또 이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꽤 많은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원고보다 출간 기획서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에 띄는 제목, 흥미로운 원고 소개, 그리고 자기 자신을 멋있게 잘 드러내는 저자 소개. 실제로 그 모든 것을 다 작성하고 난 이후 투고했을 때에는 몇몇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야기하던 내용이 '출간 기획서의 어떠어떠한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였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출간 기획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원고가 너무너무 완벽하고, 내 원고는 이 세상 그 누구든 유혹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출간 기획서를 써 보는 것이 좋다. 혹시 아는가, (실제로) 원고의 내용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기획이 마음에 든 누군가가 내 원고를 채택해 줄지.

어찌 보면 이번 출판 계약의 시작은 바로 이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혹은 어떻게 해도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을 내다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던 것.

그렇게, 투고를 위한 준비를 끝내고 온갖 거절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큰마음 하나 준비한 이후 다시 시작한 투고.

지난한 거절만 이어질 줄 알았더니 투고한 바로 그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 바이북스의 '몽골의 비는 좋은 인연을 데리고 온다'와 관련된 출간 스토리입니다                                                    

이전 01화 [출간 이야기] 원고 투고를 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