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도 전에 맴도는 불안감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전에 아픈 경험들과 진작에 경험했던 여러 포기들은 나를 더욱더 끈질기게 끌어내렸다.
자신감 넘치게, 호기롭게 도전하는 모습이나 거절에 대해 큰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끝내 찾아오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금 다른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늘 아팠다.
사소한 일이라도 너무 신경이 쓰였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릴 정도로 찌질하고 모자랐다.
완전한 자기 방어적, 이게 지금 사랑이란 감정 앞에 서있는 나의 태도.
분명 내가 직접 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놓거나 확실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은 없다.
결국 인정해 냈으면 이제는 실천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견디고 인내해 낼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끝내 인정했던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만 하고 말도 제대로 못 붙인 체로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소심하게도 그녀의 주변에 무슨 일이 있거나 함께 있는 이성을 볼 때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불안해하면서도 만약 맞다면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했다.
뒤에서 음흉하게 혼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가 초라해 보일 지경이다.
매번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나에게 질렸을까, 그녀는 결국 먼저 말을 건넸다.
-너 나 좋아해?
뭐랄까, 알 수 없는 굴욕감-이 찾아온 것 같다. 분명 인정했다. 하지만 이 앞에서 인정하자니 두려웠다. 그리고 동시에 또 올라오는 불쾌감.
그런 생각과 달리 몸이 먼저 움직여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기서조차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이런 모지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