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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ul 18. 2024

친구의 끝

정적이 흐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말을 꺼내면서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네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마주 보기 두려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뚫어져라 보는 중이다.


괜히 빨대로 얼음을 굴리고 있는 너에게 왠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질끈 감은 눈을 뜨고 힘을 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하다. 사과를 각오했는데 기분이 좋아 보인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근데 왜 말을 안 해?


방금까지 있던 압박감이 사라진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맴돌기 시작한다.


꾸밈없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나온 시간에 쌓여온 불신과 두려움을 꺼내놓고 너와의 관계에 대한 중요도를 말했다.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주던 너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도 좋아하잖아.


맞다. 네 말이 맞다. 어차피 접지 못할 마음임을 알고 있었다. 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결국 나에게 해로울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이걸 밖으로 꺼내어 너에게 생채기라도 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견딜 자신이 없었다. 또다시 잃는다면 나는 무너질 것만 같았다.


연애에 두려움이 생겼다. 이런 나를 이해하는 건지 사실 이해는 안 되지만 좋아하니까 참아주는 것인지 시간을 주겠다는 너의 발언에 오히려 조급해졌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내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녀는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아마 그녀도 수많은 고민 끝에야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끝났다. 이제는 친구가 아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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