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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un 27. 2024

또다시 속아버렸다

지독히 부정적인 감정은 얼마나 달콤함을 가지고 다니는 것인지 분명, 또다시 아픔이 찾아오리란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하곤 한다.


부질없고 쓸모없는 삶에 방해덩어리라 생각했던 것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그게 가지고 있었던, 내가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준 그 달콤한 세상을 또다시 기대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동안 봐왔던 사람들과 달리, 이 사람은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과의 사랑을 상상하곤 한다.


연애의 고통은 간단하다. 나의 것을 내 마음대로 소비할 수 없다는 것.


정해진 규율 내에서 자유를 누리다가 갑자기 들어온 사람에게 새로운 규칙들을 부여받곤 한다.


그 규칙을 함께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툼이나 불일치가 생겨나서 다툼과 이별이 생겨나고 이를 현명하게 넘겨낸다면 함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곤 하는 것이다.


때때로 한쪽의 일방적인 규제에 아무런 반항 없이 묶여사는 불쌍한 이들.. 아니, 멍청한 이들도 존재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내 자유쯤이야 사랑이라는 전제만 있다면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었다.


내 시간에 제일 중요한 것, 내가 돈을 쓰는 가장 큰 이유도, 모든 감정을 집중시키는 곳도 모두 다 네가 된다.


그 사이에서 '나'를 챙기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차별적인 규제만 아니라면.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가치관과 개념을 바탕으로 마련된 자신만의 관념을 한순간에 찾아온 사랑으로 모두 이해하고 조율해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그런 연애를 수없이 하다 보니 사랑 따위는 우정보다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던 것이다.


그래, 아팠다.


그래서 도망쳤고 모른 체하고 애써 행복함만 생각했는데 어쩌겠는가.


또다시 우수에 가득 찬 눈으로 한 사람을 쳐다보게 되는 상황이 내 마음대로 조절되는 것은 아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 눈동자에 들어선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에 미쳐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돼버렸다.


계속해서 긴가민가하며 너를 우정과 사랑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모를 리 없지. 발걸음에 묻어나고 눈동자에 비치고 숨소리만으로 새어 나온다. 그 달콤함이.


결국 또 한 번 속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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