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훈 Jun 13. 2024

사랑이란 감정은

중간정리(3)

매주 한 개씩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30개가 채워진 매거진. 솔직히 놀랍다.


이전부터 사랑이란 단어에서 나오는 여럿 감정들에 대하여 글을 셀 수 없이 써왔던 만큼 ‘더 이상 사랑에 관련해서 쓸 내용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매주 목요일에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할 때면 ‘아 이미 썼던 내용인데,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하며 반려했던 글들이 수백 가지고 개중에 겨우 하나를 골라내어 적어낸 것을 올리곤 했다.


사랑은 정말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내용을 적어낼 수 있지만 그런 만큼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며 비슷하게 겹치는 부분 또한 많이 생겨난다. 그 탓에 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 칭하면서도 질려서 다른 맛을 찾아 떠나곤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글에 가장 합당한 주제가 되어주는 것은 단연코 사랑이다.


이 단어보다 내가 바라는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또한 이 단어만큼 내가 바라는 감정은 없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경험해 봤냐고 물어보면 해봤다고 답할 것이고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냐고 물어보아도 해보지 못했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사랑을 경험했고 헌신적이거나 단편적인 사랑도, 일방적이거나 통할 수 없는 사랑도 경험해 봤다. 사람의 마음에 깊이를 정하지는 못한다마는 분명 각각의 사랑에 다른 깊이감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나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자신이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랑을 듣고 읽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한 만큼 더욱더 자신이 없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나의 사랑이 잘못된 것인가-하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이 매거진에서도 말했지만 ‘사랑’은 단순히 이성 간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사랑을 했지만 개중에 아직까지도 나는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나에게 1순위가 되어주는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좋아하는 음식이 많아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없고, 좋아하는 노래가 많아도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없다. 좋아했던 취미와 가졌던 꿈이 넘쳐도 개중에 가장, 제일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 사랑이라 부를 수 있었던 사람이 많아도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없다.


주변에서 다중인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황에 따라서 취하는 포지션이 다양하다. MBTI를 기준으로 한다면 16가지의 유형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런 유동적인 스탠스가 삶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동시에 그런 탓에 스스로를 확실히 하지 못한다고도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단순할 수 있는 일도 나에겐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되어버리고 누군가 큰 고민에 빠질 만큼 힘든 일이어도 나에겐 단숨에 처리할 쉬운 일이 되어 버린다.


모든 상황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만큼 감정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감정이 계산된 답안처럼 느껴지곤 한다.


친구가 아쉽게 시험에 떨어지면 머릿속으로는 ‘틀린 문제와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아 다음 시험 기간에 맞춰 빨리 준비하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준다. 생각과 행동에 모순이 일어나면 분명 충돌로 인한 괴리감이 있어야 할 터인데 나는 두 가지 모두가 자연스럽다. 진심으로 하는 생각이고 진심으로 위로하는 행동이다.


이는 내가 바라는 사랑에 맞지 않다. 사랑에 거짓은 없어야 한다. 생각이 곧 행동이고 행동이 곧 진심이다. 이 세 가지가 따로 놀아도 모두 진심이 될 수 있으나 사랑은 모든 것이 일치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내가 바라는 ‘제일’의 사랑은 그런 모습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지지 못했고 아마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가 적어온 글들에서 나의 경험이 1, 간접적인 경험이 4, 내 순수한 상상(생각)이 5일 것이다. 수많은 상황에 글을 쓰면서 나는 고뇌에 빠졌다. 내 생각대로 글을 써야 할까 내가 할 행동대로 글을 써야 할까-하는 괴리.


매 순간 두 가지가 충돌하며 적어 내리는 중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정말 순수하게 내가 할 행동들을 진심을 담아 적어내놓고 싶다. 설령 질타받을 짓들이라도.


글에 온전히 감정을 담아 타인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 가장 빠른 길은 나의 진심을 솔직하게 적어내는 것만 한 게 없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사랑이란 너무 쉽고도 어려운 감정을 또다시 셀 수 없이 늘여놓을 수 있기를.

목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