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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ul 24. 2019

몸의 비대칭, 추나치료

구부정한 자세, 짝다리, 다리꼬기 등 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인지 허리와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가끔 허리가 찌릿할 때마다 무서워졌다. "아직 젊은데 허리디스크면 어쩌지?" 병원에서 가벼운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자세만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이나 운동만 해도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곧 짝다리 하는 나.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눈에 띄게 비대칭이 심해진 게 보였다. "말도 안 돼"


자세 교정에 대한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가 추나치료를 알게 됐다. 몸의 어긋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치료다. 실비보험까지 적용되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비대칭 치료받을 수 있다. 근처 한의원에 추나치료를 예약해서 원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편하게 앉아보세요" 거울로 봤을 때도 오른쪽이 우뚝 솓아있었는데 원장님 역시 같은 말을 해주셨다. "확실히 치료가 필요하네요"  


치료를 위해 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크기만큼 파여있는 침대에 누웠다. 엎드려 누워있으니 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 언니들의 대화, 기계 꺼내는 소리 등이 들렸다. 보이지 않아서 내 등에 어떤 치료를 하는지 볼 수 없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뭘 할 때마다 "아파요?"라고 물었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치료라 얼마나 아픈지, 치료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 너무 궁금했고, 치료 전에 하나하나씩 설명해주길 바랐다. 알아도 아픈 건 똑같을 텐데.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려웠다.


아픈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잠시 갑자기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났다.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였다. 그래서인지 옷뿐만 아니라 내 머리에서도 김치찌개 냄새가 났다. 혹시나 등 마사지해주실 때 내 머리카락에서 김치찌개 냄새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김치지 깨 냄새나겟지? 침대 아래로 간호사 언니의 발가락 매니큐어가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등을 치료해준 간호사 언니가 누구인지 모른다. 발 보면 알 것 같다.


친구를 꼬셔서 같이 왔다. 얼떨결에 치료받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나처럼 침대에 엎드려서 바닥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 났다. 그때 친구가 담당 간호사 언니한테 물었다. "아파요?" 나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에 얼마나 웃기던지, 계속 꼬물꼬물 거리며 웃었다. 내게 간호사 언니가 물었다. "친구예요?" 친구라서 그런지 같은 질문을 한다는 말에 언니랑 난 웃었다. 등 마사지를 받았다. 평소 다리를 꼬는 습관 때문에 왼쪽 엉덩이가 안 좋아서 허리와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기게 됐다고 말씀 주셨다. 단순히 치료뿐만 아니라 원인을 계속 알려주셨다.


좋으면서도 무서웠던 건 이제쯤 끝났겠지 싶을 때 다른 치료가 계속됐다. 마사지가 끝나고 부항을 했고 그다음에 침을 놨다. "아파요?" 젊은 친구들이 많은 만큼 아프지 않은 한의원으로 유명하다고 하셨다. 실제로 아프지 않았다. 다행이야. 원장님이 오셨다. "따가울 거예요" "네? 어... 얼..." 얼마나 따가운지 묻고 싶었는데 원장님의 빠른 침을 놓는 바람에 묻지도 못했다. 침으로 가득한 총을 다다닥 쏘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지만 분명 두꺼운 총처럼 생겼을 것 같다. 그 뒤로 한 번 더 부항을 떴다. 다른 부항 일지 모른다. 내 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니. 갑자기 라이터 소리가 났다. 뭔 일이야? "뜨.. 뜨.." 뜨겁냐고 묻고 싶었다. 질문하기도 전에 동그란 무언가가 내 등에 붙었다. 흡입력이 장난 아니다. 뜨겁지는 않은데 꼬집는 것처럼 아팠다.


침까지 끝나고 드디어 추나치료가 시작됐다. 시원했다.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들렸는데 아프지 않았다. 이렇게 꾸준히 하면 틀어져 있는 내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하고 기대감이 생겼다. 치료가 끝나니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하게 된다. 이것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비대칭만큼은 해결됐으면 좋겠다. 허리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뻐근하고 골반까지 아프다. 치료방법을 알아보다가 큰돈이 확 나갔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좋게 생각하려 한다.


친구와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등을 봤다. 그리고 엄청 웃었다. 친구는 몇 번 부항 떠본 거 같은데 난 처음 받아봤다. 내 등에 갈색으로 된 동그란 점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했다. 서로 누가 더 진하냐며 비교했다. 추나치료 덕분에 우린 잠들기 전에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나란히 앉아서 스트레칭하는데 좌우를 돌릴 때마다 서로의 부항 자국이 나를 보고 있다며 웃었다. 친구는 내일 뭘 입을지 고민하다가 어깨가 살짝 파인 옷을 선택했다. 한 번 입어보고 둘 다 옷 코디를 만족할 때 어깨에 있는 부항이 보였다. 컹컹거리며 웃었다. 부항을 잊은 채 옷만 골랐던 것. 함께 일상을 공유할 수 있고 웃을 수 있어서 괜히 기분이 좋다. 10대나 20대 초반이었으면 부항이나 건강 챙기는 일이 어색했을 텐데 지금은 건강검진이나 내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서로 정보도 공유하면서. 나이 들 때마다 싫었데 조금씩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진다. 주름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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