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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hee Nov 13. 2024

좋아하는 마음 3 - 바다

매번 다르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전하는 위로

생각해보면 방학마다였던 것 같다. 

여름이면 물놀이 하러, 겨울에는 쌀쌀한 겨울 바다를 보러 갔다.

윤슬

햇빛이 물결을 타는 것은 눈이 부셔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햇빛이 가까이 하다. 그게 윤슬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윤슬은 이름도 예쁘네, 생각했었다.


햇빛이 촤르륵 펼쳐지는 모양이 예뻐서 동쪽 바다에 가면 일출을 보기도 했다. 바닷속으로 숨는 해도 예쁘지만, 올라오면서 자기 길을 제 힘으로 펼치는 햇살이 좋았다.  

활기가 넘치는 여름의 해수욕장도 좋고 감성에 젖은 겨울 밤바다도 좋다.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다양하게 가보진 않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바다는 단연 낙산해변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가깝고 가는 길에 낙산사가 있어 올라갔다 내려와서 밥 먹고 바다 보러 가기에 최적의 동선을 갖고 있다. 바다와 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낙산사에 가만 앉아있으면 참 평화롭다.

흐리면 흐린대로, 파도소리가 세면 셀수록

코스도 코스지만 비교적 사람이 적어 한적한 낙산해변에서 하염없이 들었던 파도 소리가 시끄러웠던 속을 잠재워줬던 게 여전히 유효한 위로가 되어서 종종 찾게 된다.


늘 혼자 갔고 그 때마다 날은 흐렸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눈을 감으면 파도가 나를 둘러싼 느낌이 든다.

아무리 네 속이 시끄러워봐라, 내 소리가 더 크다.

그게 좋아서 자꾸만 찾아갔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이 바다에 엄마와 함께 가봤다.


처음으로 날씨는 너무 좋았고 맑은 하늘에 달도 예뻤다.

외롭거나 울적한 마음 없이 온 것을 반겨주듯이.

바다 앞에서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주변 다른 소음 없이 파도 소리만 들을 수 있다. 파도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도 뚫기 때문에. 그래도 배경음악이 필요할 때는 이런 노래를 들었다.


1) 최유리 - 바다

2) 이예린 - 바다가 되고 싶어요

3) 적재 (feat.백예린) - 빛

4) 너드커넥션 -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5) LUCY - 낙화


아마 앞으로도 수없이 찾아갈 바다에서 추가할 플레이리스트도, 느낄 감정도 기대된다. 한 북토크에서 신형철 평론가님이 우리는 주로 위로라는 말을 칭찬으로 쓰지만 이 단어 안에 모든 감정을 담기엔 작다고 느껴진다 하셨다. 얼마 전에 사랑이라는 말이 없다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이 유행 아닌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그렇다면 위로 대신 쓸 수 있는 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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