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르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전하는 위로
생각해보면 방학마다였던 것 같다.
여름이면 물놀이 하러, 겨울에는 쌀쌀한 겨울 바다를 보러 갔다.
햇빛이 물결을 타는 것은 눈이 부셔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햇빛이 가까이 올 듯 말 듯 하다. 그게 윤슬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윤슬은 이름도 예쁘네, 생각했었다.
햇빛이 촤르륵 펼쳐지는 모양이 예뻐서 동쪽 바다에 가면 일출을 보기도 했다. 바닷속으로 숨는 해도 예쁘지만, 올라오면서 자기 길을 제 힘으로 펼치는 햇살이 좋았다.
활기가 넘치는 여름의 해수욕장도 좋고 감성에 젖은 겨울 밤바다도 좋다.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다양하게 가보진 않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바다는 단연 낙산해변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가깝고 가는 길에 낙산사가 있어 올라갔다 내려와서 밥 먹고 바다 보러 가기에 최적의 동선을 갖고 있다. 바다와 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낙산사에 가만 앉아있으면 참 평화롭다.
코스도 코스지만 비교적 사람이 적어 한적한 낙산해변에서 하염없이 들었던 파도 소리가 시끄러웠던 속을 잠재워줬던 게 여전히 유효한 위로가 되어서 종종 찾게 된다.
늘 혼자 갔고 그 때마다 날은 흐렸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눈을 감으면 파도가 나를 둘러싼 느낌이 든다.
아무리 네 속이 시끄러워봐라, 내 소리가 더 크다.
그게 좋아서 자꾸만 찾아갔다.
이 바다에 엄마와 함께 가봤다.
처음으로 날씨는 너무 좋았고 맑은 하늘에 달도 예뻤다.
외롭거나 울적한 마음 없이 온 것을 반겨주듯이.
바다 앞에서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주변 다른 소음 없이 파도 소리만 들을 수 있다. 파도 소리는 노이즈 캔슬링도 뚫기 때문에. 그래도 배경음악이 필요할 때는 이런 노래를 들었다.
1) 최유리 - 바다
5) LUCY - 낙화
아마 앞으로도 수없이 찾아갈 바다에서 추가할 플레이리스트도, 느낄 감정도 기대된다. 한 북토크에서 신형철 평론가님이 우리는 주로 위로라는 말을 칭찬으로 쓰지만 이 단어 안에 모든 감정을 담기엔 작다고 느껴진다 하셨다. 얼마 전에 사랑이라는 말이 없다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이 유행 아닌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그렇다면 위로 대신 쓸 수 있는 말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