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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ul 18. 2022

사랑이라는 말 한마디 없어도

일곱 살, 둘째가 자기 전에 내게 이불을 덮어준다. 늘 몸이 추운 나는 한여름에도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잔다. 아이는 정성껏 내게 이불을 덮어주더니 토닥여준다.

"엄마, 이제 안 추워?"

그러더니 작은 손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엄마, 좋은 꿈 꿔."


행복한 순간이다. 이 일곱 살 녀석으로 인해 내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참을 품 안에서 껴안고 있었는데, 자기 직전 아이가 말을 했다.

"엄마, 사실 나.... 검사하는 거 무서워. 수술할까 봐 무서워."


이제는 그 두꺼운 솜이불을 아이에게 덮어준다. 이불의 무게로 아이가 폭 파묻힌다. 부드러운 이불속에서 우리는 나란히 서로를 안았다. 아이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대고 기도한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호오~. 엄마는 그리 믿어. 호는 엄마 믿지? 다 괜찮을 거야."


그제야 아이는 눈을 감고 잠을 잔다. 아이의 동그란 머리통에서 나의 손을 떼면, 혹시라도 아이가 같이 깰까 두려웠다.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나의 손을 떼면 아이의 두려움이 되살아 날까 겁이 나서 한참을 힘을 주지도 빼지도 못한 채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누웠다.


곤히 잠이 든 것을 확인한 후에나 손을 뗄 수 있었다. 그제야  말로 내뱉을 수 있었다.

"엄마가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관계, 이 작은 아이와의 관계가 있어 나의 삶은 유일무이하다. 하찮고 별 볼일 없는 내게도 이런 순간을 매일 선물해주는 아이가 있어 감사하다. 이런 평범한 특별함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마음 가득 바라며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이의 두려움이 나의 사랑으로 옅어지길 바라면서...... 정밀 검사 결과가 부디 종양이 아니길 바라면서..... 아이가 내게 선물해 준 이런 순간을 부디 나도 아이에게 많이 전해줄 수 있길 바라면서.....

두려움에 인형 '꼬기오'의 꼬리를 꼬옥 쥔 채 잠든 아이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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