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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ul 06. 2022

안아줄 수 있는 품

토닥토닥

모두가 잠이 들었다. 웅하고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를 배경음 삼아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만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쌔근쌔근 숨소리,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 푸수숙 하는 이불 걷어차는 소리가 들린다. 까만 밤이 왔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 새로운 아침을 맞기까지 이 평온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가만히 어깨에 손을 교차한다. 가슴에 엑스자가 그어지며 나의 손이 나를 안아준다. 토닥토닥. 어깨 위에서 토닥이는 손이 나의 손이 아닌 것처럼 잠시 눈을 감는다. 안겨있는 기분은 이토록이나 따뜻하구나.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이 이제야 녹는다. 가만히 웅크려 앉아 나를 토닥인다.


기대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기대면 마음의 고통이 조금은 사라질까. 안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안기면 잠시나마 세상을 잊고 따뜻함만 가져갈 수 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있다면 이 눈물이 쓰지 않을까.

아직 버리지 않은 어린 시절의 애착 인형을 주섬주섬 찾는다. 먼지가 가득한 토끼 인형.  어린 시절, 늘 나를 안아주었던 그 인형이 필요했다. 가만히 안아본다. 한참을,  히마리 없는 오래된 인형 가슴에 둔 채 두 손을 포개 어깨를 토닥이니 마음이 다시 따뜻해진다. "괜찮아. 걱정 마." 한마디 해주고 나의 손을 풀어준다. 툭. 가슴팍에 있던 토끼 인형이 떨어진다.


 "엄마!" 부르며 달려오는 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 힘들 때, 누군가가 안아준다 경험으로 큰 위로를 주고 싶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많진 않지만, 마음이 힘들 때 언제든 안아줄 수 있다는 든든함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힘들면, 엄마한테 와. 엄마가 안아줄게. 아픈 마음, 힘든 몸 쉬어갈 수 있게 엄마가 안아줄게."

자는 아이들을 보며 나직이 속삭이고 나니, 아직 나보다 한참은 작은 아이들이 더 커버릴까 봐 걱정이 된다. 자고 있는 아이들 곁에 가서 한 번씩 아이들을 안아준다. 안아줄 수 있는 품이 있어 감사하다.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있어 감사하다. 그제야 스르르 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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