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에 담김 삶

너의 삶은 옳은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by 고요

생은 선택의 연속이던가? 선택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던가?

이 세상에서 첫 숨을 내뱉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으로 태어났다. 특정 부모의 슬하에 있었고, 현재의 시기를 살고 있다. 특정 기질을 타고난 채 살아간다. 사고를 겪기도 하고 아픔을 겪기도 한다.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슬픔에 젖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이 한 선택의 결과라면 너무나 두렵지 않은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주는 영역은 너무나 커서 누군가는 '운명'이라고도 말을 하고 '업보'라고 하기도 한다. 선택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그나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마음 가짐' 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마저도 단순한 인과 관계가 아니다. 삶은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마음먹은 대로 자신의 마음은 움직여주지 않는다. 특정 마음가짐을 단순히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너는 살아오며 딱히 선택을 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없었다. 그저 살았다. 그러나, 살다 보니 겪는 일들 앞에서 마주했던 마음에 따라 결과는 달리 기록되었다. 분명, 어떤 일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지고 자연스럽게 세월의 무늬로 남았다면, 어떤 일들은 가시가 되어 심장에 박히고 칼날이 되어 베여서 흉터로 남아버렸다.


일어날 일들을 어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은 마법을 부리기도 하고 저주를 부리기도 한다. 직진을 가게도 하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감사'의 마음은 언제나 마법을 부려왔다. 네가 가진 것들, 믿고 싶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마음을 찾아내면 그 순간, 마법은 시작된다. 감사로 채워진 삶은 버티는 삶을 사는 삶으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채우기도 했다. 희망이 사라진 순간에 다른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하였다.


너에게 이 길은 옳은 길임을 알면서도 늘 쉽지 않았던 길이었다. 사랑과 감사보다는 체념을 하는 편이 쉬웠다. 체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독기를 품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너는 길을 잃었다. 독을 한 방울 집어삼키고 그 독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듯, 너의 삶 또한 병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로 또 얼마나 왔는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너는 벼랑 끝 낭떠러지에 선 꿈을 꾸었다. 너는 몸을 던졌다. 끝없이 추락하며 바람을 맞는다. 이 생에서 맞은 바람의 손길이 이토록이나 매서웠던가. 너는 이 생에서 만진 바람을 매서움보다는 부드러움으로 기억한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꽃향기를 전해주던 다정한 바람, 이름 모를 풀들을 춤추게 하여 황홀함을 선사한 바람. 생에서 누렸던 바람은 생의 끝에서 매섭게 변신한다.

추락 중이던 너는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과 감사를 받고 살았는지. '그냥 살았다' 말하던 삶이 얼마나 큰 신의 선물이었는지.


그제야, 너는 두 어깨를 감싸던 팔을 편다. 너는 새가 아니지만 지금은 새가 되련다. 이 팔은 날개가 될 것이다. 너는 이 생에 감사하며 두 날개를 편다.

바람에 너를 맡긴다. 생의 깊이는 끝이 없다. 끝없이 내려가는 중 펼쳐진 날개, 너는 바람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때, 피부에 와닿는 바람은 추락하는 너를 다시 위로 올린다. 너는 날갯짓을 하고 끝없이 하늘 위로 오른다. 드디어, 너는 활공한다. 그리고, 눈을 뜬다.


너는 감사로 채워진 순간들을 기억한다. 너는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생에서 네가 도움받지 아니한 존재가 없었다. 자연도, 사람도 네게 손을 내밀었었다. 너는 한껏 슬퍼도 보고, 한껏 기뻐도 보았다. 한껏 그리워도 해보고, 한껏 원망도 해보고, 온 힘 다해 웃어도 보았다. 그 모든 순간에 너는 존재했다. 그러니, 된 것이다. 무얼 더 바랄까?


삶은 선택의 연속이 맞았다. 다만,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상황은 그저 어떻게든 찾아오는 것, 그 상황에서 너의 마음이 너를 이끈다. 이것을 이토록이나 돌고 돌아서 깨닫는다.

벼랑 끝에서 추락하며 바람에 베이고

찢겨나간 살점만큼 절실히 깨닫는다. 찢긴 자리는 흉터가 아닌 무늬로 남아 너를 살게 할 것이고, 오늘의 너를 만들 것이고 미래의 너를 살게 할 것이다.


이제, 너는 매 순간 눈을 뜨며 너의 두 손을 바라본다. 두 손이 하는 일에 사랑이 존재하길 바라며 오늘 하루를 산다.

너는 자기 전에 거울을 본다. 늙고 못난 얼굴을 차마 쳐다보기 괴롭지만, 끝끝내 너의 두 눈을 본다. 모든 육체가 늙어가도 눈동자만큼은 결코 늙지 않는다. 너는 너의 눈동자에 담긴 눈빛이 더 깊고 현명하고 슬기롭기를 희망한다. 감사함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그것이 네가 희망하는 삶의 전부이며, 네가 선택한 너의 삶이다.

너는 눈을 뜨며 사랑을 담는 너의 손을 보고, 눈을 감으며 감사를 담는 너의 눈동자를 볼 것이다. 그리고 너의 삶은 옳은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그 길이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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