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손수건
많이도 울었다. 두려움에 절망에. 간절한 염원에도 눈물이 났다. 아이의 수술을 앞두고 지인이 보내준 선물은 아름답게 수가 놓아진 무명 손수건이었다. 한 땀 한 땀 염원을 담아 함께 아이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 든든한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앞이 보이지 않던 이 시기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를 쓴다.
각진 하얀 손수건.
얼핏 보면 그저 하얗고 단정한 무명 손수건.
오른쪽 귀퉁이 작은 수.
한 땀 한 땀 색실로 어여쁘게 놓인 어여쁜 꽃.
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자리.
백색의 티 없는 바탕에 흘린 핏자국.
백색의 무명천이 내는 말들.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름다운 손수건이 되기 위해 무명천이 참아냈던 침묵의 순간.
깨끗한 흰 바닥에 첫 바늘을 찔리던 용기.
하얀 천 위에 번지는 피의 자국들이 수가 되어 새로 피어난다.
피방 울이 만들어내는 모양과 빛이 침묵을 깬다.
한 땀 한 땀 영근 마음.
다림질로 불순물이 제거된 구김살.
순수하게 영근 새 생명.
내게 온 손수건 한 장.
한 땀 한 땀 바늘을 찌르며 보냈을 마음.
거저 담기 고마운 그 마음.
마음의 봉헌.
한 땀 한 땀 피어오른 피의 열매.
아픔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손수건.
손가락을 무명천에 두고 더듬는다.
사랑이 내 안에 흐르게 둔다.
내 안의 사랑이 흘러넘치도록 가만히 둔다.
한 땀 한 땀.
오늘을 수놓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