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여행 Oct 25. 2022

보이지 않는 마음

삶을 산다는 것

살얼음판을 기어간다.

납작 엎드려 모든 정신을 집중한다. 

힘이 최소한으로 들어가게 주의한다. 


미끄러지지 않게 기어간다. 

언제든 얼음이 깨져 저 아래로 꺼져버릴 것이다.

두려움이 살을 파고든다.


살얼음판을 지났다. 

땅 위를 기어간다.  

낮은 자세를 하고 나니 보인다. 

땅 위를 기어가는 작은 개미들이.

땅에 귀를 대니 들린다. 

땅이 내는 보글보글 소리가.  

그 소리 끝에는 좌악 갈라지는 흙의 소리가.


기어가니 느껴진다.  

발 밑 세상의 삶이. 

땅이 주는 포근함 

땅 아래의 것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들이 주는 위로.


작은 풀꽃들에 머문 이슬방울 

꽃잎 속의 작은 꽃술.

작은 것들을 취하며 움직이는 더 작은 생명들. 

아주 간간히 산들거리는 바람, 

그 바람에 한들거리는 작은 모든 것. 

흙을 기어가는 작은 벌레들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 나지 않는 작은 것들이 전해주는 순간들을 응시한다. 

유심히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 

온몸과 마음으로 집중을 해야만 잡을 수 있는 찰나의 것들을.


마음을 따라간다. 

보이지 않지만 들리는 마음. 

여기저기에서 간절한 마음들이 담겨 내게로 온다. 

진정한 마음이 손을 타고 발을 타고 심장에 도달한다. 


형태가 없는 것들이 형태를 지니고, 

소리가 없는 것들이 소리를 지닌다.

"감사합니다."

내게 온 마음들에게 인사를 한다. 

땅 아래 수그러들었던 땅의 소리, 흙내음 그 밑에 있던 마음의 소리, 

한 명 한 명이 모아 보내준 소리가 심장을 꿰뚫는다.  


삶을 사는 것, 

나의 삶에 사랑을 담아 사는 것,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사는 것, 

이것을 반드시 하겠다. 

진심은 어떤 형태로든 닿는다.

진심과 감사함을 담아 사랑으로 살겠다. 

반드시, 그러리!


이전 16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