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 가나
화장을 잘 안 한다.
화장이 웬 말인가?
선크림도 귀찮아서 못 바른다.
선크림이 웬 말인가?
스킨, 로션도 복잡해서 못 바른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산지 사십여 년.
귀차니즘의 결과는 오롯이 폭삭 삭은 얼굴. 초건성피부에 아토피까지 겹쳐 겨울이 되면 갈라지느라 정신 없는 피부가 내게 남았다.
어디 피부뿐일까?
아이들 친구 엄마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기에 백 년 만에 집에 있던 원서를 펼쳤는데, 세상에.. 관리안한 자연주의를 추구하던 나의 얼굴때기랑 딱 어울릴법한 오래된 책 표지는 관리 안된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표지 여는 순간 '떠억'소리가 나면서 몸통과 표지가 분리되었다.
뽀얀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듯, 책 표지도 완벽한 고동색으로 변했다.
'와. 책도 주인 닮는다고, 너조차 이러기야? '
씩씩 거리며 노려보는데, 헐벗은 나의 맨 손이 눈에 들어온다. 헐벗은 손은 겨울마다 갈라지기 일쑤고 그럴 때마다 급한대로 바셀린 떡칠로 연명하는 마흔다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