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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an 30. 2023

피부 거죽 때기에 뭘 한다고요?

세살 버릇 여든 가나

화장을 잘 안 한다.

화장이 웬 말인가?

선크림도 귀찮아서 못 바른다.

선크림이 웬 말인가?

스킨, 로션도 복잡해서 못 바른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지 사십여 년.  

내게는 이 모든 것보다 '안경만 벗자.'가 컸던 것 같다.


귀차니즘의 결과는 오롯이 폭삭 삭은 얼굴로 가뜩이나 초건성피부에 아토피까지 겹쳐 겨울이 되면 갈라지느라 정신이 없는 피부로 고스란히 남았다.


어디 피부뿐일까?

아이들 친구 엄마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기에 옛 생각이난 나는

"맞아. 나도 나도. 나도 파울로 코엘료 팬이었어"

"정말? 언니 집에 뭐 있어? 나 좀 빌려줄래?"

"응. 혹시 원서도 괜찮으면 이거이거이거랑 한국어본으로는 이거이거이거 있어."


하면서 백 년 만에 집에 있던 원서를 펼쳤는데, 세상에.. 관리 절대 안 하고 자연주의를 추구하던 나의 얼굴때기랑 딱 어울릴법한 오래된 책 표지는 관리 안된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표지 여는 순간 떠억 소리가 나면서 몸통과 분리되었다.


색은 뽀얀 얼굴이 흑빛으로 썩었듯, 책 표지도 완벽한 고동색으로 변했다.

'와. 책도 주인 닮는다고, 너조차 이러기야? '씩씩 거리며 노려보는데, 헐벗은 나의 맨 손이 눈에 들어온다.


네일은 뭐 하는 거지? 씹어먹는 건가? 헐벗은 손은 겨울마다 갈라지기 일쑤고 그럴 때마다 급한 대로 바셀린 떡칠로 연명하는 마흔셋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몸의 거죽 때기에 아무 신경 안 쓰는 이 버릇, 영 못쓰겠다.

관리 절대 안 하고 자연주의를 추구하던 나의 얼굴때기랑 딱 어울릴법한 오래된 책 표지는 관리 안된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표지 여는 순간 떠억 소리가 나면서 몸통과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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