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외래 진료 대기는 계속 길어진다. 갈 때마다 제시간에 본 적이 없다. 응급환자가 발생하고, 진료 상담이 늘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응급실에서 대기를 할 때에도 외래가 다 끝나는 시간이 늘어지고 늘어져 저녁 여덟 시가 넘기에 그 이후에나 상담이 가능하다 한 것을 보면, 분명 이곳은 매번 와도 적응이 안 되는 곳임에 틀림없다. 멋모르고 갔던 초반과 달리 올 때마다 간이 콩알만 해져 청심환이라도 먹고 올 걸 그랬나 성싶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계다. 어린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곳에 오면 심장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픈 아이들이 왜 이리 많은지, 여리고 작은 손에 꽂힌 바늘들이 아파서... 부모의 단련된 듯 공허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슬퍼서... 자꾸 아래만 보게 된다.
'아픈 아이가 없게 해 주세요. 아픈 아이가 없게 해 주세요. 아픈 아이가 없게 해 주세요.'
미친 사람 마냥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다리는 외래의 시간, 부디 이 기도가 나의 아이에게 머물지 않고 모든 아픈 아이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이고 축복이고 감사인가? 여기에 무얼 더 욕심낼까? 감히. 지금 이 "존재" 외에 더 중한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타인의 눈물과 미소에 감응하며 공감하며 겸손히 사는 것이.. 그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긴 긴 외래 대기 중에 다시금 느낀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
아픈 천사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전혀 다른 형태의 천국. 부디 어린이 특유의 생명력으로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기적으로 이미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감히 세속과 어른의 욕심 따위를 투영하는 일 따위는 감히 내 삶에 없을 거라고, 처절히 무릎을 꿇는다. 아이의 이름이 불리길 바라며 대기실에서 만난 숱한 어린 천사들의 눈물, 그 모습을 오랜 시간 바라보았을 부모들의 심정을 끝끝내 감히 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