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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Sep 10. 2019

블라디보스톡-9.기차역 도보여행, 토카렙스키 등대

블라디보스톡 여행 4일 차 이야기 (1/2)

블라디보스톡 3박 4일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숙소인 호스텔 아트모스페라에서 체크아웃한 후 짐을 맡기고, 저녁 귀국 항공편 타기 전까지 마지막 시내 구경에 나섰다. 오늘은 일단 걸어서 출발.

혁명광장 쪽으로 걷는 나와 두 딸

혁명광장을 지나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블라디보스톡 기차역까지 걷는 코스이다. 숙소 위치가 워낙 좋아서, 숙소 앞부터 거리를 재어도 약 1km. 건강한 성인에게는 약 15분 거리로서 크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일 때는 아이들 컨디션을 잘 살피며 가야 한다.



1. 율 브리너 동상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의 유명한 배우가 있었다, 나는 옛날 옛적 대머리 배우로 기억하는 율 브리너(Yul Brynner), 그의 고향이 이 곳 블라디보스톡이라네.

율 브리너 동상

기차역 가는 길에 그의 생가와 동상이 서 있는데, 역 가는 방향에서 우측 편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애초에 그 거리를 걸을 때 별생각 없이 좌측 편을 따라 걷고 있다가, 길 건너지 않고 그냥 건너편에서만 보고 지나갔다. 뭐 나도 가물가물한 옛날 배우인데 아이들은 관심도 없지 싶다. 근사한 건물 앞에 세워진 동상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멀리서 본 율 브리너 동상

https://goo.gl/maps/zfP5VbZTqStjEMGY6



2.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율 브리너 동상을 지나면, 더욱 유명한 사람의 동상이 있다.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 (Vladimir Lenin). 율 브리너 동상을 보면서는 아 이런 변방에서도 할리우드 배우가 나왔구나 싶었고 레닌 상을 보면서는 아 우리가 진짜 러시아에 와 있구나 싶었음 ㅋㅋㅋ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기차역 건너편

우리는 레닌 동상도 굳이 바로 앞 까지 가지는 않았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는 체력 안배도 중요하기에, 멀리 내다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대신 우리는 레닌 동상의 인상적인 포즈를 따라 하는 놀이를 했다, 우리 가족 레닌 동상 따라 하기 대회!! ㅋㅋㅋㅋ 대회 우승자는 시청자(?) 여러분께서 선정해주시길 바란다.

우리 가족 레닌 동상 따라 하기 대회!!



3. 길거리 음식


여행 준비하면서 가이드북에서 본 길거리 음식, 삐얀세, 체부레끼, 삐라족, 쌈싸, 샤우르마 등등. 너무나 맛있어 보였기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정작 여행 다니면서 그런 길거리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현지인들의 길거리 음식이라 관광지에는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런 길거리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마지막 날 생겼으니, 바로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가던 길에!

길거리 음식을 팔던 매점 (중앙의 갈색 간판 갈색 벽)

사진의 매점에서 음식을 구입해 아침식사 삼아 먹었다. 모두 맛있어 보이는데 섣불리 사기는 무서워서 ㅋㅋ 가이드북에 나온 체부레끼와 삐라족, 그리고 마실 것까지 325 루블을 지출했다.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데 맛은 훌륭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왼쪽 아래 체부레끼,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삐라족이 있다.
체부레끼

체부레끼. 손바닥만큼 커다란 군만두라 표현하면 적절할 듯. 바삭바삭한 껍질 속에는 맛있게 양념한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다.

삐라족

삐라족. 속이 들어있는 둥근 파이. 내용물은 여러 가지인데, 우리는 소시지가 들어있는 것을 구입. 복수형은 삐라족이 아니라 삐라쉬끼라고 한다. (욕 같아 ㅠㅠ)


삐얀세, 쌈싸, 샤우르마는 여기 없었다, 아쉽게도. 언젠가 다시 먹으러 올 날이 있겠지?



4.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시작하고 끝나는 곳. 

블라디보스톡역 입구
승강장이 내다보이는 곳에서

승강장에는 까만색 옛날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좌우로 보이는 기차는 진짜 운행하는 기차들. 저기 전시된 증기기관차 앞에 횡단철도 9288km 기념비가 있다고 가이드북에서 보았기에 사진 찍으러 가고 싶었는데, 역무원 아저씨가 못 내려가게 제지하더라 ㅠㅠ 위에서만 찍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가이드북 왜 나한테 저기 기차표 없이 못 간다고 안 알려줬어??


여행 준비하면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조금 알아보다 그만두었다. 수도인 모스크바까지는 꼬박 7일을 달려야 하는데, 기차 안에 갇혀서 7일이라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경험. 그나마 가까운 대도시인 하바롭스크까지도 13시간이라니, 쉽게 시도해 볼 경험은 아니지 싶다.

블라디보스톡역 내부

우리는 100% 자유여행으로 다녔는데, 블라디보스톡역에는 가이드 투어를 하는 서양인들 한 무리를 만났다. 뭔가 천장의 그림에 대해서도, 한쪽 벽에 설치된 누군가의 동상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궁금했지만 어떤 내용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어가자! ㅎㅎ

블라디보스톡역 천장 그림
블라디보스톡역 내부 누군가의 동상


https://goo.gl/maps/x8ZLB1g3Z3vJXfB5A

 



5. 연해주 미술관


연해주 국립 미술관.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연해주 미술관

미술관을 사랑하는 우리 둘째 딸을 위하여 방문. 딸뿐 아니라 나도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는 데다, 더욱이 국립미술관이라 하여 꽤 기대를 가지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감흥이 없었다. 블라디보스톡이 엄청난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르세니예프 연해주 박물관이나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공연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체험에 가슴 설렘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미술관에서는 그만큼에 못미쳤다는 것.


https://goo.gl/maps/cBoaPSCYTfBVVF1R6

 


6. 토카렙스키 등대 


토카렙스키(Tokarevskiy) 등대. 1876년에 세워져 100년도 한참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 등대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어 헷갈리기 쉬우니 정리해 보겠다.


1) 에게르셀드 등대

연해주를 탐험했던 탐험가 구스타프 에게르셀드(Gustav Egersheld)의 이름을 따서 지은 등대 이름.


2) 토카렙스키 등대 

요 앞바다 이름인 토카렙스키 만의 이름을 따서 토카렙스키 등대라고도 한다. 내가 자료 찾아보며 느끼기에는 차라리 이 이름이 더 자주 쓰이는 듯.


3) 마약 등대 (????)

그렇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3번인 '마약 등대'로 알려져 있다. 현지어 등대 이름 2가지가 어째 다 한국어로 쓰면 엄청 긴 이름이라 외우기 어려운 게 한몫했을 것 같다. 등대를 러시아어로 마약이라고 불러서, 러시아어로 토카렙스키 마약 혹은 에게르셀드 마약이라고 부르니, 한국인들은 거기서 제일 짧고 만만해 보이는 '마약'만 따다가 마약 등대라 부르는 거다. 의미상 '등대 등대'가 되어 버리는 것 ㅋㅋㅋㅋ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 지점. 송전탑 뒤로 작게 등대가 보인다.

등대를 보려고 막심 택시를 타고 차로 들어갈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지점까지 들어갔다. (물론 더 들어가는 차도 있기는 한데, 더 들어가 세운 차들을 보면 좀 무리스러워 보이긴 했다..) 거기서부터 십오 분쯤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경치가 좋아서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만약 버스를 탄다면, 버스 종점에서 사진의 장소까지 추가로 십여분을 더 걸어야 한다. 그쯤 더 걷는 건 상관없다면 버스를 타도 되고, 택시비 조금 더 주더라도 걷는 거리를 줄이고 싶으면 택시를 타고 오면 된다.

걸으면서 본 루스키 대교

걸으면서 왼쪽을 보면 물결치는 바다 너머로 웅장한 루스키 대교가 보인다.

송전탑

송전탑 앞까지 왔다.

등대가 가까이 보인다 / 삐친 둘째 딸 뒷모습

등대가 가까이 보인다. 씩씩하게 걷는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는 걷기 싫은데 데려 왔다며 짜증을 부린다 ㅠㅠ 등대 예쁘지 않냐며 잘 달래 보는데,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 쉽게 안 달래 진다. 

등대 코 앞까지 가는 길

마지막 등대 진입로는, 밀물 썰물에 따라 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길이다. 등대를 반드시 코 앞에서 보고 싶으신 분은 사전에 썰물 때를 찾아보고 방문하시길. 아래 링크에서 low tide에 해당하는 시간을 찾으면 된다.

https://www.tide-forecast.com/locations/Vladivostok/tides/latest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물이 무릎 깊이까지 차서 굳이 더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맘먹으면 갈 수는 있는 깊이라 첨벙첨벙 건너가는 사람도 많더라. 딱 사진에 보이는 만큼만 갔다가 돌아서 나왔다. 


https://goo.gl/maps/3BX87xCv2dnaGumS8



7. 포크롭스키 성당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가이드북에도 나오는 곳. 우리는 굳이 찾아가지는 않고, 택시 타고 신한촌 가는 길에 보이길래 사진만 한 장 찍어왔다 ^^

https://goo.gl/maps/uhCkj6QjYZrFwjyW6


다음 편에는, 구한말 러시아로 넘어간 한인(고려인)들의 슬픈 역사가 서려있는 신한촌 방문기로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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