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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Nov 16. 2019

아빠와 딸의 치앙마이 3: 추억을 차곡차곡

아름다운 치앙마이 이곳저곳 둘러보며 추억 쌓기

치앙마이 성벽: 사진빨이 잘 받던 곳

앞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치앙마이는 네모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이다. 옛날 서울이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이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문이 있었듯, 이곳 치앙마이 성벽에도 문이 있다. 그중 하나를 보러도 다녀왔다. 성벽이 무너져 내린 부분이 많은데 복원은 안 된 상태인 것 같았다. 날씨 좋은 날, 구름도 예쁘게 떠서 들고 간 카메라로 아이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었다. 햇볕을 받고 환하게 웃는 아이 모습에 내 기분도 좋아졌다.

치앙마이 성벽
성벽을 배경으로 모델이 되어 준 딸

쇼핑몰 나들이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의 중심도시이자, 수도인 방콕에 이어 제2도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과연 그럴까 싶었다. 서울 이상으로 번화하고 거대했던 방콕과 달리 이 곳은 너무나 조용하고 소박했던 것. 알고 보니 규모로 제2도시가 아니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런 치앙마이에도 큰 쇼핑몰이 있다 하여 한 번 들렸다. 깟쑤언깨우란 곳인데, 방콕같이 큰 건물이 많지 않은 도시임에도 나름 큰 쇼핑몰이긴 했다. 나는 시원한 커피, 아이는 시원한 셰이크를 마시고, 아이 머리에 꽂을 핀을 하나 샀다. 자꾸 머리가 내려와 더워 보였는데 머리를 올려주니 어찌나 시원해 보이는지! 

화려한 브랜드 상점이 가득한 쇼핑몰
머리핀을 꽂고 그리운 엄마와 통화 중인 딸 

도이수텝: 전망을 보러 올라갔으나...

나는 어디를 여행 가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원한 전망을 좋아해서, 방콕에서도 골든 마운트에 올라가기도 했다. 치앙마이에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높은 산 위에 도이수텝이라는 불교 사원이 있어 찾아갔다.


도이수텝으로 올라가는 롯댕은 치앙마이 동물원 앞에서 탔다. 셔틀버스처럼 운행하는데, 배차간격 없이 사람이 열 명 채워지면 일인당 40밧에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기다리는 중에 손님이 별로 없어 열명이 채워지려면 멀어 보였다. 그런데 옆에 현지인 커플이 같이 기다리다가 기사님과 이야기를 잘해서, 우리까지 네 명을 태우고 일인 50밧에 올라가는 것으로 협상을 했다. 운이 좋았다.


사원은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다. 30밧, 부담되는 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묘하네.

도이수텝 입장권. 구멍을 뚫어 입장 표시를 한다.

도이수텝에 가려면 입구에서 삼백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데, 방콕에서 이틀 연속 몇 시간씩 걸어 다닌 우리 딸에게 이따위 계단은 우습다! 거뜬히 오른 딸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사원까지 올라가는 계단
길을 따라 늘어선 종

방콕에서 갔던 불교사원처럼 걷는 길을 따라 종이 늘어서 있었다. 태국 북부는 방콕 지방과 사원의 형태도 다르다는데, 내 식견이 얕아서 딱 어떻게 다르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다만 어느 종교나 그렇듯, 종교를 향한 인간의 마음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원을 건축하다니 말이다.

도이수텝
도이수텝

이 날 머리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은 파란데, 막상 산에 오르니 아래쪽으로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어, 아쉽게도 치앙마이 전망을 내려다보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사원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노점상이 줄지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열대지방에서는 딸기가 잘 자라지 않는데, 태국 북부 고산지대는 겨울에 기온이 떨어져서 딸기가 생산이 된다. 그래서 이곳 특산물인 딸기를 파는 상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먹는 딸기보다는 태국 느낌이 나는 바나나 튀김을 시도했다. 결과는, 음, 그다지 맛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아이가 옥수수 맛을 궁금해하길래 사줬다. 그런데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너무 달다며 다 안 먹고 남겼다. 두 가지 다 실패(?)했는데 그 만회는 시내로 돌아오는 롯댕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자분이 먹어보라며 대나무통에 들은 찰밥을 주시는데, 신기하기도 했지만 앞에 두 가지보다는 훨씬 먹을만했던 기억이 난다.

내려오는 길의 노점상
옥수수를 먹는 딸. "너무 달아요"
한국인 여행자가 나누어 준 찰밥

더 갤러리: 삥 강변 분위기 좋은 식당

치앙마이 일정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갈 시간을 얼마 앞두고, 아이에게 시장의 어느 맛집과 강변 분위기 좋은 식당 중 어디를 가고 싶냐 물었더니 강변의 분위기 좋은 곳에 가고 싶다고 한다. 기차를 예약해 두어 시간이 넉넉치 않은데, 롯댕을 잡아타고 가려니 거리도 멀고 시간도 걸릴 거 같아서 눈 앞의 뚝뚝을 탔다. 택시처럼 우리만 타는 뚝뚝이니. 신나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삥 강변 더 갤러리.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왔다 가서 유명해진 곳이라는데 과연 입구에 클린턴 부부의 사진도 걸려있었다.

삥 강변 레스토랑에서

나무 그늘에 진한 보랏빛 식탁보를 깔아놓은 근사한 곳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식사 기다리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기분 좋아진 김에 맥주 한 병까지 더 시키니 더욱 행복했다. 행복했던 이 시간을 나뿐만 아니라 딸도 함께 기억할 것을 생각하니 더 좋았다.


치앙마이, 으리으리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아기자기하며 멋진 곳이었다. 딸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치앙마이 일정을 마무리하는 창 맥주

방콕행 침대 기차를 타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올 때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으나, 돌아갈 때는 색다르게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것도 침대 기차를! 나도 처음 타보는 침대 기차인데, 아이에게는 얼마나 신기한 경험이었는지!

기차를 타러 달려가는 꼬마 여행자

총 12시간이 넘게 걸린 장시간의 기차여행. 치앙마이에서 오후 5시 출발해서, 방콕에는 다음날 아침 6시 50분에 도착했다. 우리가 탄 2등석 침대 기차 요금은 800밧, 3만 원 안 되는 돈이었다. 1등석은 더 비싸겠지. 사실 침대 기차를 타면 하루 숙박비 굳는 거라, 기왕 탈 것 아이와 함께 쾌적하게 1등석을 타 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예매가 늦었는지 이날 1등석은 매진이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2등석도 나쁘지는 않았다.

낮에는 의자에 앉아서 간다.

밤이 되니 직원분이 열차 칸을 순서대로 다니며 익숙한 손짓으로 의자를 하나하나 침대로 변신시켰다. 아이가 타기 전부터 무지 기대하고 탔고, 열차에 올라서도 의자가 침대로 변하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하여 보람 있었다. 물론 나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멀미가 꽤 심한 아이인데 기차라서 다행히 멀미는 거의 안 했다.


의자일 때는 둘이 마주 보고 앉다가, 침대가 되면 2층 침대로 변신을 하는데, 1층이 그나마 좀 넓고, 2층은 좁다. 하지만 아이가 만에 하나 굴러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1층에서 아이를 재우고 2층에 내가 올랐다. 비좁지만 그래도 이 편이 훨씬 마음이 놓인다.

침대로 변한 자리에서
2층 침대. 비좁지만 그래도 피곤해서인지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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