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배낭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
침대 기차를 타고 방콕으로 돌아와서는 방콕 활람퐁 기차역에 내려 아침식사를 했다. 역 구내 식당에서 아이가 택한 음식은 닭고기 덮밥인 카우만카이. 카오산에서 먹었던 그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번 더 먹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카우만카이 찾기가 힘들어, 이거 먹으러 방콕에 또 가기로 해놓고 못 간채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활람퐁 역에서는 지하철인 MRT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MRT 운임은 키를 기준으로 120cm가 넘으면 성인 요금을 받는데, 아이는 이때 120에서 1,2cm 모자라서 겨우(?) 어린이 요금으로 이용했다. 지금 딸의 모습을 생각하면 참 까마득한 때 여행 다녀왔구나 싶다.
터미널21이라는 쇼핑몰에서 세계여행 놀이를 했다. 세계여행 컨셉의 쇼핑몰이라 층마다 다른 도시에 입국하는 형식으로 매장을 꾸며놓았는데, 아이와 마치 세계를 돌아다니듯 재미있게 구경했었다.
로마 층에서 만난 진실의 입. 진실에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입에 물린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래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남자 주인공이 입에 물리는 장난을 했던 기억이 나, 나도 아이 앞에서 손을 넣고 입에 물린 듯 장난을 쳤다. 영화를 볼리 없는 아이는 당연히 깜짝 놀랐는데 아이를 너무 놀라게 한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중에 사진을 찍는데 아빠 때문에 놀랐는지 아이는 손 대신 모자를 넣고 포즈를 취했다.
터미널21 근처에 캄티앙의 집이라는, 태국 전통가옥이 있어 찾아갔다. 방문하여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 태국 북부 삥 강변에 있던 전통가옥을 옮겨온 것. 우리가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이 바로 삥 강변에 있었던 것이다. 괜스레 반가웠다, 벌써 그립구나 치앙마이.
오후가 되어 숙소 체크인을 하고 쉬었다. 숙소는 이번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근사한 호텔에서 묵었다. 지금까지 딸과 나는 '배낭여행'을 주제로 여행을 해왔지만, 저녁때 아내가 둘째 딸을 데리고 방콕에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이제 배낭여행은 끝낼 시간이다. (아직 다섯 살인 둘째는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좀 이르다 ㅎㅎㅎ)
공항철도를 타고 수완나품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는데, '어! 공항 이름이!' 싶었다. "수완나품 공항에 가서 엄마품에 안기는 거네?" 아이가 재미있다고 까르르 웃는다. "아예 공항 이름을 바꾸자, 수완나품 공항 말고 엄마품 공항!" 아빠의 시덥잖은 농담에도 반응해주는 고마운 딸. 11일간 네 덕분에 아빠가 너무나 즐거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