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단단 Jan 15. 2024

이안류를 맞이하는 자세


나는 종종 바다에게 삶을 배운다.


바다에는 ‘이안류’라는 자연현상이 있다. 바다나 사빈해안, 해수욕장에서 일어나는 한두 시간 정도 짧은 주기를 두고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좁은 표면 해류를 이안류라고 하는데,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높은 파도를 이루고,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다. 역조, 혹은 역파도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사람을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이안류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의외로 발버둥 치지 않는 것이다. 바다에서 이안류를 만났을 때.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살짝살짝 빠져나오면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안류는 강력한 대신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위급한 상황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력에 오류가 생기기 쉬워지기 때문에,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한다. 사례를 하나 더 들자면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도로가 축축하거나 꽝꽝 얼었을 때, 자동차가 미끄러진다면 제어하지 말고 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살살 돌리면 된다는 말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브레이크를 밟거나,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동차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만다.


 시련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때 감히 맞부딪힐 힘도 없을 때가 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막연한 기분에 압도되어 전신의 기능마저 정지했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혹은 너무도 강렬하게 이 감정을 통제하고 싶어서 평소보다 애를 쓰다가 오히려 꼬여만 가는 상황에 좌절해 본 적이 있는가.


  삶에서 이안류가 생기는 이유는 세상에 맞추어 평범한 울타리를 이루려고 하는 나와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의 자신이 늘 맞부딪히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기꺼이 맞이한 삶의 이안류에 맞부딪히지 않고 도리어 소용돌이에 맞춰 흔들거리며 빠져나오는 사람의 기록이 될 것이다. 지금 쓰는 글을 모을 수 있다면  아마도 ‘삶이라는 이안류에서 생존하고 싶은 자의 기록‘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지 않을까?


이 과정에서 푹 젖은 옷이 ‘건조해지고 있는 나’라는 뿌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전 06화 집 같은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