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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단단 Jan 22. 2024

본심은 그게 아닌데

나도 카라마조프처럼 외로운데 외롭지 않다고 그러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약하지 않다며 바락바락 대들다가 우울증이라는 것에 잠식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주변 사람들이 주는 감정을 내 감정으로 해석하고 그대로 수용했던 것들, 그러면서 오히려 익살을 떨곤 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괜찮다며 관계를 이어오고, 억지로 만나고 또 상처받고 울고. 나도 스스로 무슨 가면을 쓴 건지도 모르고,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슨 가면을 쓴 건지도 모른 채 상대방을 가려가며 악의 없이 내뱉던 농담들이 생각난다. 유머가 분위기를 풀어준다고 믿으며 애써 가렸던 시간들 따위가 휘리릭 지나간다. 아니, 그렇지만 유머는 불편한 진실을 아프지 않게 드러내주는 장점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익살을 떠는 게 좋고, 그런 사람을 좋아해. 그런 사람은 뭔가 큰 슬픔을 감추고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지거든.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정감이 가고, 살짝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게 좋다.

오늘은 물복숭아처럼 살짝 물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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