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단단 Jan 08. 2024

집 같은 사람

일인 분의 외로움


안정적인 집이 되어야 사람이 오래 머물지.그날 밤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개인적 공간이 필요한 동물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깥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또 많은 것을 누려고, 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 혼잣말을 하고, 때로는 민망한 자세로 쉬는 시간을 무시해서 안 된다는 말이다. 13p

하지만 때로는 꿈 정도는 꿔보는 거다. 한결같은 것보단 물결 같은 것을 좋아하여 가끔은 나와 어딘가로 훅 도망치는 일을 공모할 사람, 안정적인 것도 좋지만, 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너무도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람. 오늘이 마지막인 것만 같아서 한 번이라도 더 입 맞추려 하는 사람을.
그게 아니더라도 뭐, 언젠가는 지금까지의 내가 변덕을부려왔던 것처럼, 살아가는 방식에도 변덕을 부려 알게 모르게 나도 집처럼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지.
일 인분의 외로움. 17p  by 오휘명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던 나는 사람이 오래 머무는 집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타의로 행해진 유랑 생활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누구보다 민감했던 나는 쉽게 피로해했고 잠수를 타기 일쑤였다. 그 누구보다 정착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그만큼 떠나는 일이 쉬워진 사람이라서 역설적으로 오래 머무는 집같은 사람이 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불안정함 속에서 겨우 마음을 열고 이루어진 사랑들은 이내 나의 기질을 알아채고 떠나기 마련이던가 너무 안정적으로 보이니 질리거나 외롭게 만든다고 떠나버리기 마련이었다. 그 이후 나는 누구보다 불안함과 권태라는 모순을 이겨낼 만한 잔잔한 사랑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곧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내 삶에서 검은 강아지가 찾아왔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원하고 있기보다는 나부터 안정적인 ‘집’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급격한 변화가 있는 연애보다는 큰 불꽃이 되었다가 오래도록 잔불이 남아있는 그런 사랑을 꿈꾸기 위해 내 마음속 집을 다시 짓는 과정에 들어갔다. 진득함은 바로 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꿈 정도는 꿔도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걸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글을 쓰는 도중에도 머릿속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이런 부작용을 참아가면서 약을 먹어야 할까. 끊는다면 언제 끊을 수 있을까.또 다시 검은 강아지를 만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아직까진. 잠깐 아득해진다.

이전 05화 이불부터 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