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회춘의 묘약’이라 불렀던 나무의 재발견

“한국 어디서나 보이던 나무”… 층층나무, 간·정력·피부에 좋은 약재

by 데일리한상

여름이 깊어지면 산자락마다 층층이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눈에 띈다. 마치 나무 스스로 계단을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층층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사실 예로부터 약재로 이름난 귀한 존재였다.


어릴 적 산행을 할 때마다 길가에 흔하던 이 나무가 그토록 귀한 약나무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새삼 깨닫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층층나무가 풍을 없애고 부기를 가라앉히며 통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cheungcheungnamu2.jpg 층층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본초강목》에서도 허리 통증과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고 전하며, 예로부터 간을 보호하고 몸의 순환을 돕는 약재로 널리 쓰였다. 현대의 연구에서도 층층나무는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잇따른다.


이 나무가 ‘정력 나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는 식이유황 때문이다. 유황은 세포를 재생하고 해독 작용을 도와 몸속 노폐물을 비워내는 힘을 지닌다. 덕분에 몸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회복력을 선물한다.


유황은 또한 피부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질을 이루는 케라틴과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의 구성 성분이 바로 유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층층나무 달임차를 마시던 이들은 “속이 맑아지면 얼굴빛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cheungcheungnamu3.jpg 층층나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이 나무의 가치는 유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껍질과 잎에는 탄닌이 풍부해 상처를 아물게 하고 출혈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민가에서는 베인 상처에 달인 물을 식혀 씻어내기도 했다.


또 층층나무에 함유된 쿠마린 유도체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아직은 학문적인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자연이 오래전부터 스스로 만들어온 이 화합물들이 인체의 균형을 돕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cheungcheungnamu5.jpg 층층나무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층층나무를 달이는 방법은 전통 그대로다. 잘 말린 줄기나 껍질을 물에 넣고 천천히 끓이다가 물이 절반쯤 졸아들면 불을 줄이고 은근히 달인다. 향이 짙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하루에 식후 한 잔씩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면 좋다.


다만 탄닌이 많아 너무 진하게 달이거나 과하게 마시면 변비가 생길 수 있고, 빈혈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약은 체질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cheungcheungnamu6.jpg 냄비에 달이는 층층나무 껍질 / 푸드레시피

층층나무는 우리 산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나무이지만, 그 안에는 세월이 빚은 치유의 지혜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나무껍질의 거친 무늬 속에, 땅의 기운을 흡수한 잎사귀마다 건강의 에너지가 숨 쉬고 있다. 첨단 의학이 발전한 지금도 자연이 주는 해답은 여전히 유효하다.

cheungcheungnamu4.jpg 층층나무 / 국립생물자원관

흔한 산나무 하나가 다시 ‘약나무’로 불리는 이 순간, 우리는 아마도 자연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되찾고 있는 것 아닐까.


오늘은 숲길을 걷다 층층나무를 만난다면, 그 가지 아래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 자연이 들려주는 오래된 건강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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