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셰프가 공개한 ‘참치 무조림’ 비법
비가 오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뭘 먹어도 허전하고, 부엌에 서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그런 저녁.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무 하나와 참치캔 한 통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별것 없어 보이지만, 이 둘이 만나면 놀라울 만큼 깊고 따뜻한 맛이 탄생한다. 정호영 셰프가 소개한 ‘참치 무조림’은 그런 날을 위한, 믿고 만드는 집밥 레시피다.
이 요리의 진짜 주인공은 참치가 아닌, 바로 무다. 무가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게 익어주느냐에 따라 조림의 깊이가 달라진다. 무는 두툼하게 썰어 냄비에 담고, 물 500ml를 부은 뒤 된장, 간장, 고춧가루, 설탕, 맛술, 참치액, 다진 마늘을 모두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
은은한 불에서 서서히 졸여지며 무는 국물 속 양념을 흡수하고, 제 안의 달큰한 맛을 천천히 풀어낸다. 된장과 참치액이 더해지는 순간, 국물에는 복잡하고도 풍성한 감칠맛이 살아난다. 이때 퍼지는 향만으로도 이미 마음 한켠이 포근해지는 기분이다.
국물이 자작해지고 무가 속까지 익었다 싶을 때, 채 썬 양파와 어슷 썬 대파, 청양고추를 넣어 한 번 더 끓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레시피의 가장 중요한 한 수가 등장한다. 바로 참치를 ‘기름째’ 마지막에 넣는 것.
많은 이들이 무심코 버리는 참치 기름 속엔 진한 고소함과 감칠맛이 농축돼 있어, 국물 맛을 한층 끌어올려주는 비밀 병기다. 이미 익힌 참치캔을 오래 끓이면 살이 퍽퍽해지기 때문에, 마지막에 살짝 데워주는 정도로만 넣어야 부드러운 식감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이 요리는, 식힌 뒤에 더 맛있어지는 기이한 마법이 있다. 갓 만든 조림도 물론 훌륭하지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 날 데워 먹으면 무에 간이 더 깊이 배어들어 훨씬 진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리를 못하는 나도 성공했다”, “이 레시피 덕분에 식구들이 반찬 투정을 멈췄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설탕을 빼고 무의 자연 단맛으로만 조리했다는 후기, 참치 대신 꽁치나 고등어 통조림으로도 훌륭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 레시피는 그만큼 유연하고 실패 없는 집밥의 진수다.
비 오는 저녁, 어쩌면 당신의 주방에도 무 한 조각과 참치 한 캔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 저녁은 그들과 함께 따뜻하고 맛있는 위로 한 그릇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어렵지 않으니, 오늘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