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게살 스프’ 레시피
가끔은 이유 없이 입맛이 없고, 기운조차 없는 날이 있다. 창밖에는 눅눅한 장마가 내려앉고, 마음까지 흐릿해지는 그런 아침이나 저녁. 뭐라도 따뜻한 걸 먹고 싶은데, 부엌에 오래 서 있을 힘도 없고, 복잡한 조리도 엄두가 나지 않을 때.
그럴 때마다 꺼내보게 되는 간단하면서도 따뜻한 요리가 있다. 바로 ‘누룽지 게살스프’. 이름은 근사하지만, 그 실체는 찬장 속 누룽지와 냉장고 한켠의 크래미 몇 줄, 그리고 달걀 하나면 충분하다.
이 요리의 시작은 아주 구수하게 시작된다. 냄비에 누룽지 50g과 물 두 컵을 넣고 중약불로 끓이면, 딱딱했던 누룽지가 서서히 풀어지며 깊고 고소한 향을 내기 시작한다.
따로 전분을 풀 필요도 없이, 누룽지 자체가 국물에 자연스러운 농도를 더해준다. 마치 오래 끓인 죽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다음은 맛의 레이어를 더하는 시간. 크래미는 결대로 찢어 넣고, 팽이버섯도 함께 넣어 끓인다. 크래미는 비록 진짜 게살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달큰한 해산물 풍미가 은은히 스며들며 국물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어느 정도 끓어오르면, 미리 풀어둔 달걀을 냄비 가장자리부터 조심스레 원을 그리듯 부어준다. 휘젓지 말고 그대로 두면, 몽글몽글한 계란 구름이 떠오르며 국물 위를 부드럽게 감싼다. 그 모습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간은 멸치액젓 한 큰술로 맞춘다. 단순히 짠맛을 내는 소금보다도, 발효된 감칠맛이 더해지면서 국물 전체가 살아난다. 참기름 한 바퀴 둘러주면 고소함까지 더해져 마무리는 완벽하다. 집에 부추가 있다면 잘게 썰어 고명으로 얹고, 없으면 쪽파나 김가루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누룽지 향, 부드러운 계란과 크래미의 조화, 한 숟갈 떠먹는 순간 따뜻함이 속 깊이 스며든다.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면, 이 한 그릇으로 자신을 다독여보자. 따뜻한 국물은 언제나, 마음의 허기도 함께 채워주니까. 오늘 한 번, 간단한 위로 한 그릇 끓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