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겨울

겨울 아침 해의 따스함으로

by 연아

낮게 떠올라

더욱 눈부신

겨울 아침의 해는


서리 내린

언 텃밭에 나가신

어머니의 기침소리

잦아들게 하고


새벽 군불의

온기를 감싸 안아


전 날 씻어 널어 둔

언 물메기와 차갑던

아침을 녹인다


비릿한 바다 내음

한 가득 풍기며


가늘고 긴

겨울밤을 지나 온

눈물겨운 삶


차가운 파도 소리에

그 눈물을 던지고


생명을 품어 싹을 틔우는

흙의 마음으로

쓰라리게 녹아내리는

한 톨의 소금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한 세상을

어머니의 한 겨울을


이 겨울 아침 해의

따스함과 애틋함으로


잊지 않게 하소서




해마다 겨울이 오면 어릴 적 나고 자란 곳의 향수에 젖어들곤 한다. 어릴 때는 바다가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것이 참 싫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더할 나위 없는 내 추억의 저장소가 되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련하게 피어나는 추억들... 매서운 바람과 하얀 서리가 내려 손등까지 시려오는 추운 겨울날의 시린 추억... 그 추위와 맞서 일하시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시골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던 그 시절, 늘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던 부모님은 새벽에 바다에 나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셨다. 우리 삼 남매는 할머니와 하루를 보내야만 했고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어머니는 무겁고 지친 몸을 이끌고 식구들의 저녁을 챙기느라 늘 분주하셨다. 어린 내 눈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은 항상 그랬다. 8남매의 맏며느리로 시동생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그 험난한 세월... 따듯한 아랫목에 누워 어린 나에게 풀어놓는 엄마의 넋두리를 훗날 내가 글을 쓰게 된다면 꼭 책으로 만들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모든 상황이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 나의 엄마는 추운 겨울이 되면 손등의 피부가 터져도 아픈 줄도 모르고 일을 하셨다. 당신의 삶의 전부였던 우리 삼 남매를 위해 차가운 밤바다에 이는 파도에 눈물을 던졌고 생명의 기운을 품은 흙의 마음으로, 쓰라리게 녹아내리는 한 톨의 소금과 같이 인내하며 사셨다. 그렇게 살아온 엄마의 한 세상을, 엄마의 한 겨울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겨울 아침... 물고인 언 마당과 서리 내린 텃밭을 따스하게 녹이는 아침 해가 뜨면 밤잠 설치게 하던 어머니의 기침소리도 잠잠해졌다. 나의 어머니... 추운 어머니의 마음을 녹이던 겨울 아침 해의 따스함과 애틋함으로 나는 힘겹게 살아온 어머니의 한 세상을, 또 한 겨울을 기억하고 기억하리라.





사진출처. 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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