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잊어버리고 살다가
또 가끔은 애타게 찾아다녔다
하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계절이 다시 시작할 때마다
치열하게 보냈던 삶을 쉬어 갈 수 있도록
토닥토닥 바람을 내어 주며 머물다 가곤 했다
특히 가을이 시작될 무렵 약간은 쓸쓸하지만
기분 좋은 머무름이 있었고 슬픔은 더 슬픔에
녹여 결국은 응어리를 풀어 주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오히려
즐길 수 있었던 건 시를 부르는 이가
내가 아니라 희로애락의 삶이었기에...
사방이 매임을 당한 문제의 둘레에서도
침몰하기 직전의 삶의 끝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곳에 항상 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