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 핀 꽃잎 하나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 하나
가을을 비추는 햇살 한 줌
사랑스런 가을은 언제나 떳떳하다
그리움이 윤슬에 반짝일 때에도
쓸쓸함에 새어버린 풀잎이 흔들릴 때에도
뙤약볕 지난여름은 알고
빈 들판 흙먼지 휘감고 도는 바람은 안다
지난날 나는 얼마나 순응하며 살았을까
시간을 거슬러 가려는 마음 한가득
늘 하루를 더디게 만들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면
나도 사랑스런 가을처럼 떳떳하지 않을까
찾아오는 그리움은 다가올 날들에 대한
따듯한 보상
사랑스런 가을을 등지고
자꾸만 위축되는 오늘의 삶에
떳떳한 그리움 하나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