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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Genie Jul 10. 2021

[야학봉사일지]8. 심지야간학교 동시반 담임 둘

 심지야간학교 초등 지혜반 동시반은 나랑 유미선생님 둘이 담임이다. 다른 요일은 다 선생님 한 명이서 하는데 목요일 반만 어쩌다보니 둘이서 가르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보다. 야학에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제정신일줄 알았다. 그 편견이 유미선생님을 만나면서 부서졌다. 편견을 없애준 고마운 사람이다.     


 유미선생님은 말을 할 때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 돌리거나 펼치면서 이야기를 한다. 얼굴은 조막만하고 이쁘게 생겨서는 낮은 목소리로 ‘쉬발, 시발’하면서 떠든다. 쉬는 시간에는 거의 모든 순간에 업 되어있다(수업 시간에는 차분하게 하다가 쉬는 시간 왕창 주고 일찍 끝낸다).     


 유미선생님은 스스로를 ‘대가리텅텅’이라 칭하고, 나는 스스로를 ‘대가리꽃밭’이라 칭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대가리 무엇무엇’이라 부르는 공통점이 있다. 쉬는 시간이 10분이면 10분 동안 남자 얘기를 하고, 20분이면 20분 동안 남자 얘기를 한다. 그럴때면 누구보다 들떠서 둘의 제스처가 꽤 과해지는데, 옆에 앉아 있는 검정고시반 유진 선생님이 퍽 외로워 보인다. 셋 중에 둘이 대가리텅텅과 대가리꽃밭이니 마치 본인이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 둘이 이상하다는 거다. 이래서 사람은 주위에 휘둘리면 안 된다.    

 

 우리 둘은 스스로가 꽤 이쁘다고 생각해서 ‘불금 보내세요. 우리 얼굴로 집에 있으면 안 되죠.’라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나마 유미선생님은 남자친구이라도 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만 정신 차리면 된다.  

   

 너무 또라이 같은데 왜 낯설지 않나 했더니 유미선생님도 MBTI 성격 유형 중 ENFP였다. 그녀는 ENFP답게 하는 게 무척 많다. 대학원 준비하고, 제과제빵하고, 그림 그리고, 봉사활동 다니고, 연구하고?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게 ENFP답다고 생각했다. 

    

 제일 좋아하는 게 남자 만나는 거, 술 먹는 거, 술 먹다가 남자 만나는 거인 유미선생님이 어쩌다 이 낡은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야간학교에 매주 목요일 저녁을 할애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역시 ENFP답게 별 이유가 없었다. 그냥 하고 싶었다나?     


 어쨌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모습과 하나도 겹치는 게 없는 ‘대가리 텅텅’ 유미와 ‘대가리 꽃밭’ 은진이가 심지야간학교 목요일 동시반을 책임지고 있다. 연구실에서 남자 얘기 밖에 안 하고, 즉흥 약속 아니면 약속 잡기 싫어해서 언제 같이 술 먹을 수 있을지 요원한 둘이 그래도 봉사활동은 안 빠지고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대가리텅텅이 대전으로 학회를 다녀오면서 무려 성심당에서 사온 에그타르트를 줬기 때문에 썼다.     


에그타르트 잘먹었습니다~~~~~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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