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이야기
내가 머무는 조리원은 방마다 전부 사이즈도 구조도 다르게 되어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방으로 주세요." 내가 입소하면서 요청한 방의 조건은 딱 하나였다. 날씨가, 특히 햇볕이 나에게 주는 장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리원 창 밖의 하늘이 점점 높아진다. 엄마가 된 지 17일째 되는 날이 밝았다. 엄마가 된 계절이 가을이라 참 좋다. 딱 좋은 날씨다, 엄마가 되기에.
어제저녁 11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푹 자고 나니, 몸이 한결 편안하다. 연달아 며칠을 새벽 수유를 하다가, 어제는 잠을 택했다. 어제 오후, 잘 나오지도 않는 젖을 아기에게 계속 물리려고 실랑이를 하다가, 계속 우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신생아실 선생님이 달려오셨다.
"아니, 아기가 울면 먼저 달래주셔야죠."
"지금까지 안아서 달래주다가 내려놨는데, 계속 우네요." 조금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내가 말했다.
"이렇게 앉은 상태로 달래주면, 아기가 울음을 잘 안 그쳐요. 이렇게 일어서서 아기가 편한 자세로 약간 움직여 주셔야 돼요." 선생님이 안아 올리자, 아이가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다.
"자, 한 번 해보세요." 내 품에 온 아이는 다시 또 울기 시작했다.
"젖이 잘 안 나와서 아기가 심통이 난 것 같으니, 분유를 좀 물려 줄게요." 그렇게 선생님은 분유를 가지러 나가셨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조그만 아이 입술이 하얗게 불어있었다. 배고프다고 할 수 있는 건, 더 힘차게 빠는 것과 우는 것뿐이 할 수 없는 아이에게, 엄마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젖을 물리려고 했나 보다. 저 작은 입술로 잘 나오지도 않은 젖을, 입술이 하얗게 불을 때까지 빨고 있었는데, 엄마는 그것도 몰랐다.
문득 남편과 올봄에 받았던, 부부상담이 떠올랐다. 거울 대화*라는 심리상담 기법을 통해서,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우리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상대방이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도,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느라 (가령, 저 이야기는 예전에도 했던 건데, 저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등등) 실제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100% 듣지 못한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남편과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심지어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없는 아이에게는, 더 나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거울 대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거울처럼 그대로 다시 말해보는 대화법.
지금은 아이가 원하는 욕구가 손에 꼽힐 정도로 단순하겠지만, 앞으로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더 다양한 욕구를 표현하고자 할 때, 정말 내가 온전히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좀 더 나를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성급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곡해해서 듣거나, 섣부르게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표현할 때에는 (그게 말이든 행동이든), 내 생각과 관점을 넣지 말고 (나를 비우고)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우리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나 아닌 다른 모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