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시간의 무거움

조리원 이야기

by 일상여행가


코로나 시대에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견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초에 처음으로 아이를 확인하던 시기가, 코로나 국내 발병 시기와 비슷해서, 올해 초부터 계속 재택근무를 했다. 처음에는 임신이라는 힘든 시기에 출퇴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지만,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임신 후기에는 가벼운 우울감이 찾아왔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이미 익숙한 사람에게는 좀 더 쉬웠을지 모르지만, 대게 누군가와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나에게, 갑자기 주어진 약 8개월 간의 고립 생활은 꽤 힘들었다.


코로나 덕분에 병원에서의 일주일은 남편과 단 둘이 있어야 했고, 조리원에서의 이주일은 나 혼자 보내야 했다. 나와 우리 아이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따라야 하는 조치이지만, 출산이라는 큰 경험을 나 혼자 오로지 이겨내기에는 조금 버겁기도 했다. 물론 계속 전화와 문자로 안부를 확인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지만,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못함에서 오는 거리감은 어쩔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조리원에 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취소되어, 밥을 먹는 시간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다시 또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리원에 처음 들어와서는 2주라는 시간의 무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몸을 조리하러 들어왔다가, 마음의 병을 얻어서 나가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하지만 꽤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문득 퇴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임신 기간 내내 함께 했던, 넷플릭스의 '찜한 콘텐츠 목록'에 있는 시리즈물을 정주행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수유 텀이 짧아지면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들어 버리곤 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수유를 하다가,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서 깨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넷플릭스를 끊었다. 대신, 틈틈이 낮잠을 자거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를 끊고 나니, 오히려 시간이 적당하게 흘러갔다. 24시간 비몽사몽 하던 정신이 특정 시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고, 여유로운 마음도 되찾았다. 단시간에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불량식품 같았던 넷플릭스를 끊고 나니, 내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간을 써버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살고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수유를 하면서 졸지 않으니, 아이가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가 조리원에 들어와 있는 이유를 새삼 되새겼다. "나의 회복과, 아이의 성장"





돌이켜 보면, 나의 임신 기간도 불량식품 같았던,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중의 대분이 넷플릭스와 유튜브였지) 지금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공부가 하기 싫은 수험생처럼, 직장에 가기 싫은 직장인처럼, 그렇게 하루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인생은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까울 만큼 행복한 순간보다,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무거운 시간들도 대부분 채워진다. 그래서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이 무거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겠지. 일단 내가 그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그 이유를 잘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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