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육아

100일의 기적을 위한 벼락치기 노트

by 일상여행가


고용노동부는 2020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2만 7423명으로 1년 전(2만 2297명)보다 5126명(2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전년(21.2%)보다 3.3% 포인트 상승한 24.5%를 나타냈다.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남성인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맞돌봄 문화가 확산하고 있고, 동일 자녀에 대한 부모 동시 육아휴직 허용과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등 제도개선 노력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뉴스 1 코리아, 육아휴직 4명 중 1명은 아빠.. 1년 만에 23% 증가, 2021.02. 10






아빠와 함께


우리 부부는 양쪽 집안의 부모님들이 모두 일하고 계셔서, 처음부터 100일 육아를 함께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다는 100일의 기간을 부모가 함께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는 2020년부터 생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가 결심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동일한 자녀에 대해서, 연달아서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에,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의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액이 (3개월간) 250만 원으로 (기존 150만 원) 올랐기 때문이다. (3개월 이후로는 기존과 동일하다.) 엄마가 출산 휴가를 쓰는 3달 동안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고, 그 이후에 엄마가 육아휴직을 시작하면 약 100일의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다. 출산율이 0.91까지 떨어지고 나자, 이제야 정부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점차 육아하기 좋은 제도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약 100일을 아빠와 함께 육아하며 느꼈던 장단점들을 정리해 본다.


장점

1) 엄마가 온전히 집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

: 결혼을 하고 나니, 친정집도 내 집 같지 않다. 내 집에서, 남편의 케어를 받으면서 산후조리할 수 있다. 물론, 친정엄마가 해다 주신 반찬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완벽했지만. 그리고, 남편과 2교대로 아이를 돌보면서, 각자의 수면 시간을 어느 정도는 일정하게 가져갈 수 있었는데, 지치고 않고 100일 육아를 견디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2) 육아의 고충을 함께하고, 육아휴직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부부가 육아를 함께한다.

: 100일 동안 부모 각자가 육아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다. 아이의 먹고, 싸고, 자는 모든 순간들을 아빠와 엄마가 함께 고군분투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빠가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도 이러한 육아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많은 아빠들이 할 줄 모른다는 핑계로,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에 딱 한 달만 함께 공동 육아를 하면 육아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아빠로 거듭난다.)


3) 아이와의 소중한 순간들을 평생 함께 추억할 수 있다.

: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100일 동안 아이는 2배 이상 자란다. 이렇게 폭풍 성장하는 우리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기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 순간이 벌써 그리워진다. 남편과, 그리고 우리 가족이 평생 함께 이야기할 추억을 만들어 가는 기간이다.


단점

1) 생활비(급여)가 줄어든다

: 부모가 연달아서 육아휴직을 쓰면 생활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0일 동안은 어차피 밖에 나갈 일이 없고, 육아에 필요한 용품들은 중고(당근**)와 지인 선물 찬스들을 잘 이용하면, 아낄 수 있다!


2) 24시간을 부부가 붙어있으면서 갈등이 생긴다

: 마치 신혼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슬리고, 싸우게 되는 시기. 그렇지만 공통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잘 극복해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마치 전우와도 같은 의리가 생겨난다.




할머니/외할머니와 함께



가장 도움을 많이 받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 기간 동안 할머니(나의 시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들(나의 남편)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수 십 번)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꺼려지는 100일의 기간 동안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사람들도 할머니와 외할머니였다. 우리들을 키워낸 분들이기 때문에, 기억이 나시지 않는다고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를 보듬고 품어주셨다. 시어머니는 아이 보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셨고, 나의 어머니는 내 몸의 회복을 가장 먼저 챙겨주셨다. 덕분에 산후조리원에서 왔던 산후우울증도, 잃어버렸던 입맛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장점

1) 아이의 육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다.

2) 부부에게 쉬는 시간이 생긴다.


단점

1) 과거의 육아가 현재와는 달라진 부분들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

2) 부부의 시간이 없어진다.


장점과 단점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들의 육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지만, 개중에 현재와는 달라져서 조금은 위험한 것들 (가령, 다리를 쭉 펴주는 스트레칭인 "쭉쭉이"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해주시는 것인데, 신생아의 경우는 "고관절 탈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 동작이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설명해드렸을 때 의견 충돌이 온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한창 "수면교육"을 할 때에도 일정 시간에 아이를 눕혀서 울리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당황하시면서 집에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물론, 나중에는 아이가 잘 자는 것에 대해, 수면교육 덕분이라고 칭찬해 주셨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에는, 아이를 봐줄 테니, 부부의 시간을 보내고 오라고 보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러 와주시기 때문에,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 없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의 가장 최대의 구세주였던 할머니들. 다들 일하고 계셔서, 자주 오시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자주 (특히,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나)와 주셨다. 육아는 다다익선이다.





이모/삼촌들과 함께



엄마/아빠가 가장 편하게/즐겁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이들. 우리 아이와 핏줄로 이어진 이모/삼촌부터 그렇지 않은 모든 그 또래의 어른들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자매의 소중함을 아이를 낳고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최신의 육아정보를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원하는 방향대로 아이를 케어해 줄 수 있다.



장점

1) 최신의 육아정보와 육아 템들을 알고 있다.

: 내가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육아 템인 "베이비 브*짜"는 동생네 부부가 육아 선물로 사다준 것이다. 본인들도 친구네 집에 가서 보고, 이건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구해왔다고(당시에 직구로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했다. 선물 받을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육아를 하면서 아주 감사히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육아 선배인) 동서가 선물해준 젖병소독기 "유*" 역시 제때에 잘 구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저귀 쓰레기통, 수면조끼, 스와들, 쪽쪽이 등등 간단하지만 최신의 육아 템으로 꼭 필요한 것들을 잘 선물 받아서 사용했다.


2) 엄마/아빠를 위한 어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집에서 육아만 하고 있다 보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든다. 우리 가족의 세상은 집이고,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엄마/아빠로서의 자아만 남는 느낌이다. 이런 고립감과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바로 수많은 이모와 삼촌들이다. 휴직 기간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꽤나 재미있게 들린다. 그 외에도 다양한 어른의 이야기들 (가령, 최근에 우리 부부가 관심 있었던 재테크, 주식, 청약 등의 이야기)을 할 수 있다.


단점

1) 아이를 온전히 맡길 수 없다.

: 얼마 전에 가장 친한 친구 부부가 본인들에게 아기를 맡겨두고, 호캉스라도 다녀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너무 길어지는 코로나로 집콕 육아가 계속되자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하는 말이었다. 너무 고마웠지만, 그 친구 부부에게 아이를 온전히 맡기고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친구이기도 했고, (나도 아직 상상할 수수도 없는) 어떤 사고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이를 온전히 친구에게 떠맡기고 갈 자신이 없다.


2) 시간과 체력이 소모된다.

: 육아를 하면서,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아이가 클수록 아이에게 손이 더 많이 간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손님 접대는 무조건 배달의 음식과 함께하고 있다. 예전엔 손님이 오면, 우리 집이 카페 같은 분위기라고 했었는데, 이젠 점점 키즈카페가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 mbc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마스크 때문에 사람들의 입모양이 차단되어, 청각적 정보만으로 소통하게 되면서 언어발달이 늦어진다는 내용이었다. 맞벌이인 부모님들은 어린이집에 8시간 가까이 아이를 맡기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다. 집에서라도 부모님들이 아이를 마주 보고 이야기를 자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가족이 아닌 집은 아이와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엄마들이 많을 것이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대화에 노출이 적어진다. 나는 이런 공백을 할머니/할아버지/삼촌/이모들의 방문으로 채워준다고 생각하고, 가급적 자주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이 가장 우선되어야겠지만, 부모의 공백을 또 다른 누군가가 채워주는 것 같다. 육아는 부모의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지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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